본문 바로가기

칼럼

흡연에 의한 어지러움

40대 중반의 남성이 진찰실로 들어온다. 얼굴은 검고 땀을 좀 흘리는 타입이다. "어지러움 때문에 왔다.시야가 깜깜하다가 다시 밝아진다. 가끔 머리도 아프다. 1달 됐다"고 한다. 사실 남자분이 어지럽다고 오는 사례는 좀 드문 편이다. 어지러움을 호소하는 환자는 대부분 여자이고 피부는 검지 않고 창백한 경향이 있다. 

신경과에서 MRI를 찍어보니 별다른 소견이 없고 이비인후과에 가보니 이석증으로 보고 2주 치료했으나 별다른 효과가 없고 일산에 있는 큰 병원에서 정밀검사를 받아보니 이석증은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그곳에서 준 약을 먹어도 별다른 효과는 없었고 환자분의 생각으로는 그 약이 단순한 신경안정제인 거 같다고 한다. 현재는 기운없고 많이 피로한 상태. 현재 복용중인 약은 혈압강하제와 흑마늘 양파즙 오메가3.  

첫날 치료하고 다음날 경과를 살폈으나 별다른 소득이 없다. 다른 약이 치료에 미치는 영향을 배제하려고 환자분한테 혈압강하제를 제외한 다른 약은 모두 복용을 중지하라고 권고했다. 다음날 다시 경과를 확인하니 어지러움이 절반 이하로 줄었다. 환자 말에 따르면 평소 어지러움은 3시간 정도 계속 멍한 상태였는데 그것이 10~20분 정도로 줄었다는 것이다. 

그 다음날 다시 경과를 확인하니 처음 상태로 재발되었다. 이 때 환자 몸에서 담배냄새가 아주 진하게 나는 걸 깨닫고 니코틴중독이라는 걸 알았다. 물어보니 하루 반갑 이상을 핀다. 또 1주에 5일은 술을 마시는데 한번 마실 때 소주2병을 마신다. 이 환자분은 전형적인 낙천주의자에 방심하기 쉬운 성격이다. 

흡연 알콜이 병의 원인임을 알려드리고 금연 금주를 권고했다. 환자도 수긍하였고 노력하겠다고 한다. 그 후 6회 연속으로 치료했는데 마지막에는 두통은 완전히 사라지고 어지러움은 처음수준을 10이라 할 때 8이 사라지고 2정도가 남았다. 환자분 스스로 "이 정도만 해도 살 것 같다."고 한다. 평소 만성피로감이 심하다고 하여 체질에 맞는 한약을 처방해드리고 다시 경과를 보기로 했다.   

이 환자는 목양체질인데 지나친 흡연으로 폐가 약해져서 산소를 충분히 들이마시지 못한 것이 어지러움의 원인이다. 이런 환자들은 습관적으로 뒷목이 뭉치는 경향도 있다. 어지러움의 느낌도 메니에르병에서 나타나는 회전감은 없고 멍한 느낌이다. 그러다 담배를 한대 물면 머리 멍한 게 사라지기 때문에 계속 흡연에 의존하게 되고 그러면 폐는 점점 더 약해진다. "폐를 강하게 만들기 위해서 등산 산림욕처럼 산소가 풍부한 공간을 자주 가시라."고 권고드렸는데 실제로 주말등산 후 "눈이 많이 맑아진 느낌"이라고 기뻐했다.

'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만성 외이도염  (0) 2013.11.02
난소의 양성종양  (0) 2013.11.01
중독 addiction  (0) 2013.09.09
적조  (0) 2013.08.22
입술갈라짐과 만성피로  (0) 2013.0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