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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여성호르몬제 부작용

가끔 치료받으러 오는 작은 체구의 50대초반 여성이 있다. 그 어머님이 치료받다가 그 분도 치료받게 됐다. 이 분은 피부가 희고 목소리 톤이 또렷하다. 처음에는 "김장했더니 손목이 아프다"며 오셨다. 며칠 치료받고 호전되자 "갱년기장애도 치료해달라"고 한다. "손목 다 나은 후에 그렇게 하시자" 했는데 며칠 더 오시더니 안오셨다.

20일 정도 지나 다시 오셨는데 "갱년기장애로 식은땀을 흘려서 여성호르몬제를 복용한다.그런데 그걸 먹으면서 잠을 두 번씩 깬다, 또 두통이 생겼는데 희한하게도 일요일아침에서 월요일아침까지만 아프다"고 한다. 이 환자는 토양체질인데 "현미 찹쌀을 먹는다"고 하기에 체질에 해로운 것이니 섭취하지 말 것을 권고.

3개월 후 다시 오셨는데 고관절부위 통증을 호소한다. 한쪽으로만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 디스크와 비슷하다. 하는 운동이 있나 물어보니 요가를 한다. 하지만 요가는 3년째 하고 있어서 그것 때문에 갑자기 통증이 나타난 것은 아닌 것 같다. "치료받고 다음날은 가볍다"고 하는데 얼마 못가 재발한다. "체질식은 잘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는 한동안 안 오셨다.

1개월 후 오셔서 "화분 들다가 오른쪽손목을 또 삐었다"고 한다. 치료해드렸으나 다음날 마찬가지라고 한다. 그전에는 같은 환자, 같은 증상에 같은 치료법으로 뚜렷한 호전을 보였기에 난감했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니 환자의 왼쪽 종아리에 금연패치가 붙어있다. 이것 때문인가?하여 어제도 붙어 있었는지 물어보니 그렇다고 한다. "침치료효과를 방해할 수 있다"고 알려드리니 안 붙이겠다고 한다. 금연패치 떼고 같은 치료를 해드렸는데 다음날 통증이 많이 줄었다. 이 때 환자가 다시 고관절통도 치료해달라고 한다. 예전에 한 번 실패한 적이 있어 이번에도 같은 치료를 한다면 의미가 없지 않겠나, 치료를 방해하는 변수를 먼저 배제해야 하지 않겠나 싶어서 진료기록에서 환자가 고관절통을 호소한 날짜 전후로 특별히 주목할 점은 없는지 살펴봤다. 진료기록에는 통증을 호소하기 직전에 "여성호르몬제를 복용하고 잠을 두번 깼다"는 얘기가 적혀있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지는 격'일 수도 있지만 일단 환자분한테 "그 호르몬제 때문일수도 있다"고 말씀드렸다. "물론 그 약 때문이 아닐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그 약 때문이 아니라는 걸 확인하려면 그 약을 끊고 치료해야 알 수 있다."이렇게 하여 1달간 여성호르몬제를 끊고 치료하기로 했다. 10일간 격일로 치료했는데 2회 치료 후에 처음통증을 10이라 할 때 통증이 6까지 줄었다. 치료법은 그 전과 마찬가지였는데도 불구하고 드라마틱한 호전이었고 환자는 몸으로 그 뚜렷한 차이를 느꼈기 때문에 여성호르몬제가 원인이라는 것을 수긍했다. 그 후 3회치료를 더 했고 마지막에 통증은 1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이 환자는 체질식을 안지키고 있어서 재발가능성이 높다. 좀 더 관찰이 필요하다. 

현재 외국에서는 여성호르몬 요법이 유방암 등의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고 하여 사용을 자제하는 형편이다. 필자는 여성호르몬요법이 유방암 말고 아주 다양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고 아마도 그 부작용 사례들은 상당수가 아직까지 베일에 가려져 있을 거라고 본다. 환자들은 그게 설마 그것 때문일까?하며 무심코 넘어가고 의료인들도 그것을 제대로 잡아내지 못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 식으로 약에 약을 더하니 병은 점점 커지고 난치가 되는 것이다.

사람몸은 자기 체질에 맞지 않는 환경에 노출되면 노화가 진행된다. 그 환경이 자기 체질에 맞지 않는 정도와 비례하여 노화가 진행된다고 보면 정확할 것이다. 체질에 안맞는 섭생으로 노화가 진행되고 그렇게 노화된 몸에 맞추어 호르몬이 적당한 수준으로 줄어든다. 그래서 호르몬감소는 노화의 원인이 아니라 결과다. 노화를 예방하려면 노화의 결과인 호르몬감소를 건드릴게 아니라 그 근본원인이 되는 생활습관 음식을 조정해야 한다. 호르몬제는 노화를 예방하거나 늦추지 않는다. 몸은 낡아가는데 호르몬을 인위적으로 젊을 때처럼 공급해버리면 당장은 쌩쌩해지는 것처럼 느껴지겠지만 그것은 노쇠한 몸을 쥐어짜내서 젊어 보이게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만큼 노화가 더 빨리 촉진된다. 실제로 여성호르몬제를 오래 복용하던 사람이 중단해버리면 빨리 늙는데 그것은 호르몬제로 얼마남지 않은 정기를 모두 쥐어짜냈기 때문에 더 빨리 늙는 것이다.호르몬제는 젊음의 원천이 아니라 그저 몸에서 어떤 장기기능을 강화하거나 약화시키는 촉매에 불과하다. 약해진 몸에 맞추어 몸이 스스로 호르몬 분비를 줄인 것인데 다시 호르몬을 인위적으로 젊었을 때 수준으로 공급한다면 낡은 자동차 body에 아주 강력한 엔진을 장착했을 때 그 body가 엔진출력을 견디지 못하고 망가지는 것처럼 몸 자체가 그 갭을 견디지 못하고 망가지는 것이다. 아주 오랜 옛날에도 이런 종류의 약들이 유행한 적이 있었다. 도교道敎에서 단약丹藥이 젊음을 유지하게 해준다고 하여 한때 사람들 사이에 유행하다가 사라진 적이 있다. 그 단약도 지금의 호르몬제 비슷한 것은 아니었을까? 태양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보통, 어떤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자기들 시대의 모든 것들이 모든 면에서 최고조로 발달했다는 착각을 하기 쉽다. 인위적인 호르몬요법도 거기에 해당될 것이다. 하지만 조금만 시간이 흐르면 이 요법들이 얼마나 어리석은 짓이었는지 회상할 때가 올지도 모른다. 몸의 전체균형은 고려하지 않은 채, 또는 몸의 불균형이 초래되는 원인들은 보지 않은 채 행해지는 모든 요법들은 아무리 첨단의 이미지를 덧씌워도 결국 구닥다리가 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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