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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암환자의 무릎통증

할머니 한 분이 들어온다. 머리가 눈처럼 하얗고 얼굴은 검게 타셨다. 왼쪽무릎이 아프고 무릎 뒤가 당긴다고 한다. 병력을 듣다보니 가볍진 않다. 11년전 갑상선암으로 수술받았는데 이것이 림프선으로 전이되어 림프절을 절제하고 다시 1년 전 폐로 전이, 최근 뼈에도 전이했다는 것이다. 림프절 잘라낸 다음부터 누런 땀을 흘린다.

그 병력에 비해 환자분 눈빛은 편안해보인다. 암환자라 해도 노인처럼 심장흥분도가 약해서 신진대사가 느린 사람은  항암제를 투여하지만 않는다면 빨리 악화되지 않는다. 오히려 젊은 사람들,혈기왕성한 사람들이 더 빨리 퍼진다. 의학이 많이 발달했다고 하지만 암은 여전히 불치 난치인데 이것은 현대서양의학이 암이 왜 생기는지 근본원인을 모르기 때문이다. 모를 뿐더러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환자는 거대한 병원시스템을 신뢰하고 자기 몸을 맡기지만, 병원은 병의 근본원인보다는 그저 겉에 드러난 증상을 없애는데만 주력한다. 환부를 도려내고 방사선을 쬐고, 거의 독약이나 다를 바 없는 약물을 투여한다. 환자의 고통은 가중되고 머리털이 빠질 정도로 몸이 약해지는데도 암세포가 일시적으로 작아졌으니 도움을 주었다고 자위한다. 그런 치료에 한계를 느끼고 새로운 방법을 찾으려는 환자한테 다른 방법을 찾지 말라고 한다. 이것이 거대하고 화려한 시스템 뒤에 있는 진실이다. 

중요한 것은 근본치료다. 환자들 중에는 대증요법을 중지할 뿐, 근본치료를 받지 않는 분도 있다. 그냥 놔두면 자연치유력으로 낫겠지 하는 것이다. 필자는 이런 관점에도 동의할 수 없다. 환자가 암에 걸렸다면 자기 몸에 맞지 않는 환경에 계속 노출되어 있다는 것이다. 잘못된 식습관 생활습관이 계속 작용하여 자연치유력을 억누르고 있다는 것이다. 그 상태에서 근본치료없이 대증요법을 멈춰버리면 그 대증요법으로 눌러왔던 증상들이 한꺼번에 파도처럼 밀려온다. 그러면 환자는 두려움 때문에 그 전보다 더 강하게 대증요법에 기댈 것이고 치료가능성은 더욱 희박해진다. 따라서 그냥 방치하는 것이 아니라 근본원인을 정확히 파악하고 근본치료로 전환해야 한다. 근본치료할 때는 신중해야 한다. 이 방법 저 방법 다 써보면 하나는 걸리겠지 같은 안일한 생각으로 접근해서는 안된다. 병이 위중할수록 작은 실수에도 한번에 와르르 무너진다. 우후죽순처럼 팽창하는 건강식품 무면허진료가 위험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따라서 대체의료는 면허가 있는 한의사의 올바른 진찰과 안전한 치료여야만 한다.  

암이 생체의 방어반응으로 생긴다는 것은 점점 확실해지고 있다. 자기 체질에 맞지 않는 환경에 노출되었을 때 몸이 스스로의 항상성을 지켜내기 위해 만들어내는 것이다. 따라서 그런 생체환경을 바로잡아야 하며 겉에 드러난 증상만 억누른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다

최근에는 한약재를 건강식품이라는 이름으로 둔갑시켜 무작위투여를 하는 바람에 난치병들이 더 늘어나고 있다. 이 환자만 해도 토양체질인데 홍삼을 오래 복용했다. 토양체질이 홍삼 인삼을 복용하는 것은 slow sucide나 다를 바가 없다. 실제로 인삼오남용증후군(ginseng abuse syndrome : GAS)이라는 병명이 있을 정도. 이 환자는 홍삼을 복용한 시점이 갑상선암이 발병한 시점과 대략 일치한다. 이 분은 누구를 찾아가 하소연해야 하나? 이런 문제는 식약청이 직무유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마땅히 정확한 진찰을 통해 선택적으로 투여해야 하는 약물을 식품으로 허용해서 국민들 건강이 위험에 빠지도록 방치하는 것이다. 자본이 의료질서를 줘락펴락하며 오염시키는 것이다. 

환자분은 치료 후 1주일 지나 오셨는데 "무릎이 많이 부드러워졌다"고 한다. 처음 통증을 10이라 할 때 5 아래로 줄었다. 암환자라서 치료효과가 더딜 줄 알았는데 진통소염제 같은 다른 대증요법약물을 복용하고 있지 않아서 그런지 치료효과가 빨리 나타났다. 1주 후 무릎통증은 완전히 사라졌다. 이후에도 몇 번 넘어져서 타박상을 입어 오셨지만 치료 후 반응은 양호한 편이다.  

임상현장에서는 잘못된 의료제도로 발생하는 질병의 여러 모습을 관찰하게 된다. 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 한 사람 한 사람 붙잡고 치료하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시스템이 올바르게 바뀐다면 적어도 구조적인 문제 때문에 병에 걸리는 사람은 없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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