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발길이 뜸했던 환자분이 오랜만에 다시 찾아올 때가 있다. 그러면 필자는 묻는다. "지난번 치료 후에 컨디션이 어떠셨나요?" 어느 분은 기억나는대로 답해주고 어느 분은 ‘하도 오래 전이라 기억이 안난다’고 답하기도 한다.
필자가 이 질문을 던지는 까닭은 예전에 사용했던 처방이 효과가 있었을 경우 지금 비슷한 증세로 왔다면 다시 그 처방을 사용하는 것이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예전에 썼던 처방이 효과가 없었다고 하여도 그 정보는 치료에 도움이 된다. 새로운 치료에서는 적어도 그 처방을 배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흔히 8체질의학으로 진료하는 한의원을 찾아오면 쉽고 간단하게 체질을 알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경우는 그렇다. 하지만 그것은 마치 자판기에 동전을 넣으면 커피 한 잔이 나오는 것만큼 간단하지는 않다. 환자의 체질을 정확하게 파악하려면 여러 가지 단서를 종합하여 실제로 체질침을 시술한 다음 그 반응을 확인해야 한다. 치료자가 가정한 체질이 맞는지 확인작업이 필요하다는 것.
본인 체질에 맞는 체질침을 시술받으면 그로부터 약 3시간 후부터 그 다음날까지 비교적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게 된다. 숙면을 취하고, 소화도 잘되고, 몸도 가볍다. 심지어는 기분이 이유 없이 좋아질 수도 있다. (물론 당일 술을 마시거나, 과로를 하거나, 치료자가 가정한 체질에 해로운 음식을 섭취하거나, 사람관계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면 침효과가 상쇄되어버릴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반면 본인 체질에 맞지 않는 침을 맞으면 잠을 설치거나, 속이 불편하거나, 몸살이 온다. 심지어 시술자에 대하여 원망하는 마음이 들기도 한다. 이것은 체질침이 몸의 후천적인 불균형을 제어할 수 있고 그 결과 그 사람의 심신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이런 침반응을 확인해야 정확하게 체질을 확진할 수 있다. 그래서 오랫만에 들린 환자분들이 그 전에 받았던 치료반응을 잘 기억해두었다가 치료자에게 알려주면 체질감별과 치료처방 선정에 들어가는 시간과 노력을 많이 아낄 수 있다. 만일 환자가 기억을 못하면 치료자는 다시 원점에서 시작해야 한다. 그 환자가 당시 침 한 번 맞고 나아버려서 안왔는지 침몸살로 고생하여 안왔는지 이야기를 해주지 않는 이상 치료자는 알 길이 없다. 약의 반응을 확인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치료자가 드린 체질약을 복용한 다음에 좋은 효과를 보았는지 아니면 불편함이 있었는지 아니면 효과나 부작용이 둘 다 없었는지 기억해두고 알려줘야만 다음 치료시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치료 후에 불편함이 있었다면 그 원인을 살피고 섭생을 조정하거나, 복용법을 바꾸거나, 옛처방을 회수하고 완전히 새로운 처방을 드릴 수도 있다. 하지만 아무 이야기를 해주지 않는다면 상황을 파악하기 어렵다. 치료자와 환자 사이에 소통이 중요하다는 것. 지금 필자가 이야기드린 부분은 필자의 클리닉 뿐 아니라 다른 8체질 한의원에서 치료 받더라도 비슷하게 적용되는 부분이니 참고하시면 좋은 치료 효과를 보시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