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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회전근개 파열의 재활치료

1년 전 근처 요양원에서 휠체어를 탄 할머니 한 분이 요양보호사분과 함께 오셨다. 이 분은 다른 병원에서 회전근개파열로 진단받았는데 나이가 아흔을 넘어서 너무 연로하신지라 양방 쪽에서는 다른 치료가 불가능한 상태였다. 나중에 보호자분이 오셔서 상담을 했는데, "치료받으면 안받는 것보다는 낫겠지만 처음처럼 복구된다는 것은 어려울 것 같으니 너무 크게 기대하지 마시라"고 말씀을 드렸다. 회전근개 파열은 다른 질환들처럼 치료한다고 효과가 빨리 나오는 건 아니라서 환자분들이 이런 증상을 갖고 오면 필자는 마음에 부담이 커진다. (적어도 근육이 붙을 때까지 시간이 걸리지 않겠는가? 느긋함이 요구되는 것이다) 보호자 분도 "낫는 건 바라지도 않고 치료가 다만 위안을 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이야기해주시는지라, 보호자가 원하는 대로 치료를 계속 진행했다. 1주에 두 세 번 정도 침치료를 하고, "몸을 일으켜 세울 때 어깨를 잡아서 올리면 근육이 더 찢어질 수 있으니 몸통을 안아서 하시라"고 요양보호사 분께 주의를 당부드렸다.


애초에 치료효과를 크게 기대하면서 치료한 게 아니었고 보호자분께도 이미 다 설명드렸기 때문에 이 할머니가 오실 때마다 필자는 마음을 비우고 무심無心한 상태로 침을 놓아드렸다. 그리고 한 4개월 정도가 지난 어느 날, 조무사 분이 필자한테 "치료실로 나와보시라"고 해서 갔더니 이 분이 치료받으러 오셨는데 휠체어에서 혼자 일어나서 한의원 베드에 누우시는 것이다. 옆에서 요양보호사 분이 도와주지 않아도 혼자서 베드에 누울 수 있게 되었다. 보호사분이 도와준다고 해도 본인이 혼자 할 수 있다고 손사래를 치신다. 예전에는 팔로 베드를 지지하지 못해서 옆에서 도와줘야 했는데 그 동작이 혼자서 가능해진 것. 그것은 곧 어깨근육이 어느 정도 회복되었음을 의미했다.


이 분은 솔직히 치료가 쉽지 않았다. 귀가 어두우셔서 정상적인 소통이 어려웠다. 8체질의학의 진료는 치료 후 환자의 반응을 섬세하게 체크해가면서 진행되기 때문에 환자분의 청력에 이상이 있으면 곤란해진다. 필자는 작은 칠판을 준비해서 필담筆談까지 시도해봤지만 할머님이 글을 모르셔서 이것도 불가능했다. 또 체질식을 하는 것은 개인의 의지로 유지가 되고, 체질식이 중요함을 알도록 도우려면 대화가 되어야 하는데 그게 안되니 치료효과가 원래 수준보다 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다행히 체질이 정확히 감별되었고, 가장 치료가능성이 높은 처방으로 계속 밀고 나간 결과 어느 정도의 치유회복이 가능했다.


이 할머니는 오실 때마다 "아흔이 넘었는데 더 오래 살고 싶어서 또 왔다"고 스스로 주책이라고 하셨다. 하지만 더 오래 살고 싶다는 것은 낫고 싶다는 것이고, 아마도 그런 의지가 바탕이 되었기 때문에 좋아지신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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