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칼럼

안드레스 모레노

작년 크리스마스에 세계 최고 비만으로 알려진 남자가 사망하였다. 멕시코 소노라주 오브레곤시에 사는 안드레스 모레노는 38살에 450킬로그램의 거구였다. 그는 2개월 전 위절제술로 체중 감량을 시도했지만 복막염과 심장마비로 사망하고 말았다. 심장은 온 몸의 세포에 혈액을 공급하지만 모레노의 몸은 너무 거대해서 그의 심장이 커버하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 수술부위를 아물게 할만큼 충분한 혈액도 공급하지 못했던 것이다.

The science times 2016년 1월 30일자 기사에 따르면, 지금처럼 비만 인구가 계속 늘어나면 2025년에는 전세계 인구 3분의 1이 비만이 될 것이라고 한다. 세계는 지금 비만 때문에 골머리를 썩고 있다.

비만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는 것은 여러 가지 질병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심혈관계질환, 당뇨병, 관절염 등이 비만과 관계가 있고 폐경기 여성이 비만할수록 암 발생률도 높아진다고 한다. 이 문제들을 처리하는데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들어가므로 세계 여러 나라들은 '비만과의 전쟁'을 선포하였다.


미국은 패스트푸드점의 추가 개업을 금지하고 트랜스지방을 금지하였다. 일본에서는 허리둘레를 측정하여 기준치 이상이면 그 비만인이 근무하는 회사에 벌금을 물리고 지자체 보조금까지 삭감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이런 시도는 모두 의미있는 것이겠지만 각국 정부나 개인이 쏟아붓는 노력에 비하면 그 효과는 미미하다. 이유는 비만이 유발되는 근본적인 원인을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비만은 체질적으로 해로운 생활습관에 의해서 만들어진 결과다. 환자의 체질마다 원인이 다르기 때문에 환자마다 다르게 접근하여야 한다. 어떤 종류의 음식은 어떤 체질의 사람에게 비만을 유발하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다이어트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개인차를 무시하고 획일적인 음식법을 사용하면 비만을 해결할 수가 없다. 예를 들어 다이어트에 좋다는 닭가슴살은 토양체질이나 토음체질이 먹으면 오히려 식욕을 돋우어 더 많이 먹게 되고, 채식이 다이어트에 좋다고 하여 목양체질이나 목음체질이 잎채소 식단을 고수하면 만성피로와 함께 비만이 악화될 수 있다.

또 한 가지, 비만을 유발하는 중요한 원인은 대증요법이다. 살이 찌는 과정에서 몸은 분명히 이상신호를 보낸다. 만성피로, 불면, 변비, 빈뇨, 부종, 소화불량, 생리통과 생리주기의 이상, 두통과 어깨결림, 불안과 히스테리 등. 이런 징후가 나타날 때 생활습관을 조정하지 않고 "생활의 관성"에 이끌려 계속 살던 대로 살아가면서 대증요법으로 때우면 비만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스트레스로 잠이 안올 때 스트레스를 해결하지 않고 수면제를 복용하면 몸은 자연스러운 수면이 아니라 인위적인 수면을 취하는데 이것은 몸에 부담을 준다. 깊은 수면을 위한 자연스러운 몸의 조건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강제로 중추신경계를 마비시키기 때문에 장복할 경우 치매나 인지능력의 저하가 올 뿐 아니라 자연스러운 수면을 취하지 못한 것에 대한 보상으로 몸은 체지방을 늘리게 된다. 여기에는 몸의 의도가 분명히 있다. 그 의도는 자기 몸에 맞지 않은 자극에 대한 방어다. 이런 비만은 수면제를 중단하고 체질에 맞는 음식을 섭취해야 해결된다. 일반적으로 체지방의 증가는 스트레스에 대하여 둔감해지려는 몸의 자구책이다. 뚱뚱한 사람은 결코 둔하지 않다. 오히려 그의 마음은 보통사람보다 지극히 섬세하기 때문에 남보다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그 불안정함을 보상하기 위하여 체지방을 늘리는 것이다. 따라서 살을 빼려면 스트레스와 정면으로 맞설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을 위해서는 우선 체질식을 해서 몸과 마음의 안정을 도모해야 한다. 그리고 스트레스를 주는 관계에 대하여 어느 정도 결론을 지어야 한다. 애매한 상태로 가슴에 쌓아둔 채로 지내기 때문에 우울증이 오고 잠이 안오고 살이 찐다. 이것을 한방에서는 기울氣鬱이라고 한다. 기가 울체되어 순환을 못하는 상태. 스트레스가 살을 찌우는 원인이 되는 것이다.

         

당뇨병에 음식을 조절하지 않고 인위적으로 혈당을 낮추는 것도 비만에 이르게 한다. 당뇨병은 체질에 맞지 않는 음식과 지나친 고혈당식에 대한 몸의 거부반응이다. 세포가 당을 너무 많이 섭취하였기 때문에 더 먹지 못하겠다고 파업을 선언하는 것이다. 세포가 당을 섭취하려면 췌장에서 분비하는 인슐린이라는 호르몬이 도와야 한다. 당뇨병은 인슐린이 아예 분비가 되지 않게 되거나 분비는 되더라도 세포가 받아들이지 못하게 하여, 그 사람이 폭식을 하더라도 그에 대한 영향을 몸이 받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이런 몸의 의도를 모르고 경구용 혈당강하제나 인슐린을 쓰면서 계속 폭식을 즐긴다면 세포는 억지로 더 많은 당을 섭취하는 셈이니 결국 비만이 되는 것이다.


고혈압 역시 마찬가지다. 혈압이 높아진 것은 체질에 안맞는 음식습관과 생활습관 때문에 몸이 항상성을 유지하는데 더 많은 노력이 들어가는 것이다. 자동차에 안맞는 연료를 넣으면 그을음이 끼는 것처럼 체질에 안맞는 음식을 섭취하면 피가 탁해진다. 이런 상태가 되면 더 높은 압력으로 혈액을 보내줘야만 필요한 만큼 세포에 공급된다. 그런데 음식이나 생활습관은 개선치 않고 혈압만 인위적으로 낮추면 당연히 세포에 충분한 혈액이 공급되지 않기 때문에 신진대사가 약해지고 그 결과 쉽게 비만이 된다. 뿐만 아니라 혈압과 상응하는 혈관 탄력성이 약해지므로, 이런 상태가 점점 진행되면 결국 주변환경의 급격한 변화(예:온도변화)에 따라 혈관이 탄력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터져서 뇌졸증 등의 위험에 이르게 된다.

스테로이드의 과용도 흔히 비만을 유발한다. 스테로이드는 진통하는 과정에서 관절변형, 달덩이처럼 부은 얼굴, 고혈압, 불면, 피부염 등과 함께 체지방을 크게 늘린다. 이 때문에 단기간에 비만해진다.


이처럼 대증요법 상당수가 비만을 유발·악화시키는데 일조한다

.

비만이라고 하면, 흔히 "뭘 더 먹어야 해결이 되지?"라고 생각한다. 무엇인가를 더해서 해결하려는 것이다. 필자는 이것을 '플러스적 사고'라고 부른다. 살다보면 플러스적 사고가 도움이 될 때가 있다. 하지만 비만치료에서 필요한 것은 오히려 마이너스적 사고다. "내 삶에서 무엇을 빼야 해결이 될까?"라고 물어야 한다. 더할 줄만 알고 뺄 줄 모르면 비만이 된다. 그러면 무엇을 빼야 할까? 체질에 맞지 않는 음식들, 대증요법 약물들, 무엇보다 비만에 대한 잘못된 관점이다.


비만인 사람들은 흔히 이렇게 이야기한다. "1달에 얼마만큼 빠져요? 3킬로? 5킬로? 10킬로는 왜 안 돼요?" 단기간에 몸무게를 빨리 빼고 싶다는 절박함은 이해하지만 이렇게 무슨 올림픽 대회 경쟁하듯이 재촉해버리면 비만이라는 병이 나을 길이 멀어진다. 환자가 마음이 급하면 의사도 덩달아 마음이 급해진다. 다른 병원과의 경쟁도 있고 왠지 더 독한 약을 쓰고 무리한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원하는 만큼 빼줘야 할 것 같다. 허준과 슈바이처는 21세기에 존재하지 않는다. 환자 본인이 가진 조급한 욕망에 의료인들은 쉽게 영합한다. 그러면 그 결과 누가 가장 손해를 보겠는가? 다름 아닌 환자 본인이다. 건강해지려고 살을 빼는 것인데 살을 빼면서 건강을 잃게 된다. 환자가 던져야 할 올바른 질문은 다음과 같다. "나한테 왜 비만이 왔을까요? 내 삶의 방식 중에 무엇을 바꾸면 이 문제가 해결될까요? 어떻게 하면 단기적인 효과가 아니라 장기적으로 안전한 그리고 건강한 다이어트가 가능할까요?" 좋은 환자가 좋은 의사를 만든다. 따라서 환자들은 질문을 바꿔야 한다.

  

비만은 사람들이 매일 취하는 삶의 방식에 대한 몸의 반작용이다. 그래서 라이프스타일을 바꿔야 한다. 음식을 바꿔야 한다.


비만을 치료할 때 비만 자체에 초점을 맞추는 것보다 비만을 유발한 몸의 토양에 관심을 갖는 것이 언제나 치료효과가 더 좋았다. 오랫동안 불면증이나 신경증으로 향정신성의약품을 복용하던 사람들은 그 불면증과 신경증에 대하여 체질치료와 체질섭생을 하면서 약을 끊으면 살이 빠진다. 대개 "평소 입는 옷이 헐렁해졌다"고 한다. 이런 현상으로 미루어볼 때, 비만은 잘못된 치료법 및 섭생에 대한 몸의 보상작용으로 나타났던 것임을 알 수 있다.


또,만성적인 변비를 치료하다 보면 살도 빠지기 시작한다. 정체되었던 변이 시원하게 통하면서 신진대사도 활발해지는 것이다. 여성의 경우 생리통을 치료하면 몸이 훨씬 가벼워질 때가 많다. 그래서 비만치료는 비만 자체가 아니라 비만을 유발한 몸의 상태를 치료해야 결과적으로 건강한 다이어트가 된다.


몸은 늘 항상성을 추구한다. 몸의 주인이 좋은 생활습관을 유지하며 제대로 잘 살든, 몸에 안 좋은 것만 골라먹으며 엉망으로 살든 몸은 살기 위해 항상성을 유지한다. 생활습관이 체질에 맞으면 항상성을 유지하려고 몸이 지는 부담은 줄어든다. 생활습관이 체질에 안맞으면 몸이 받는 부담은 점점 커지고 그에 따라 여기 저기가 망가지며 살이 찌기 시작한다. 따라서 8체질의학의 체질섭생은 내 몸과 싸우지 않는 것, 내 몸과 조화를 이루는 것이다. 그것은 내 몸과 갈등을 빚지 않는 것, 내 몸의 저항을 유도하지 않는 것이다.


비만은 결과이며 원인은 생활습관이다. 원인은 그대로 놔두고 결과만 건드리면 해결을 볼 수가 없다. 생활습관은 그대로 두고 위를 밴드로 조이는 등의 얕은 수를 쓰면, 안 좋은 생활습관 덕분에 몸이 받는 부담은 여전한 반면에 그것을 보상하기 위한 압력은 밴드로 막혀서 해소될 수가 없다. 그러면 구토를 하든지 위출혈을 하든지 그것도 아니면 서서히 밴드로 조인 부분이 욹어서 암을 만들어내는지 할 것이다. 이런 문제는 보편적인 상식으로 충분히 예측될 수 있는 부분이다. 의학은 얕은 꾀만 부리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지 않은지 자문해봐야 한다.


비만과 관련된 약물치료도 문제가 될 때가 많다. 양방에서는 정신과약을 비만치료에 쓰는데 조울증, 불면, 충동조절장애 등 여러 부작용을 낳는다. 이런 식으로 치료하는 곳에서는 '무슨 약을 쓰든 부작용은 감수해야 한다'는 말로 합리화하는데, 부작용이 나온다면 그 환자의 체질과 몸의 조건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게다가 그 부작용들은 결코 가볍게 여길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다. 최근 정신과약 복용자와 관련하여 범죄나 자살 빈도가 급증하고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 살을 빼려고 사람의 정신을 망가뜨리다 보니 나오는 부작용이다. 몸이 귀한 줄 모르는 것이다. 제 몸 귀한 줄 모르니 남의 몸이라고 귀할 리 없다. 함부로 약을 써서 폐인을 만드니 세상이 점점 어지러워지는 것이다. (자살자가 많이 나온다는 뉴스기사에 '그러니 정신과약을 먹어야지요'라고 들이미는 건 적절하지 않다. 죽을 만큼 괴로운 삶의 조건들을 바로잡는 게 오히려 바람직하지 않을까? 이건 스트레스를 주는 사회적 조건 뿐 아니라 생물학적 조건을 말하는 것이다. 그 사람이 매일 뭘 먹고 사는지, 그 음식들이 그 사람 체질에 맞는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매일 체질에 맞는 음식만 먹는 평범한 노동자가 체질에 안맞는 음식만 먹는 재벌회장님보다 더 건강한 마음으로 살 수도 있다. 요는 知己, 자기 몸을 아는 것이다.)


한방에서는 '마황'이라는 약재를 처방구성에 넣어 비만치료에 사용할 때가 있다. 마황은 교감신경을 긴장시켜서 식욕을 잃게 하는데 체질에 안맞으면 몸을 망치니 주의하여야 한다. 마황이 맞는 체질은 8체질 중 2체질만 해당하며, 그 2체질에서도 특정한 경우에만 적용된다. 마황이 맞지 않는 체질이 마황 들어간 처방을 복용하면 입이나 코가 마르고 잠이 안오며 신경이 날카로워진다. 심하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손이 떨린다. 체질에 맞지 않으면 소량이라도 복용하지 않는 게 맞다. 양약이니까 부작용이 있고 한약이니까 부작용이 없고는 아니라는 것. 체질을 고려하지 않으면 눈을 감고 활을 쏘는 격이니 모두 위험할 수 있다.


건강한 다이어트를 하려면 체질에 맞는 음식을 꾸준히 섭취하는 수 밖에 없다. 그리고 단기간에 살을 빼려고 하면 안되고 장기간에 걸쳐서 뺄 생각을 해야 한다. 1년~2년 정도 시간을 두고 음식을 바꾸고 체질에 맞는 운동을 꾸준히 병행하면 된다. 거창하게 특별한 운동을 하는 게 부담스러우면 매일 걷기를 하면 된다. 길게 보면 달리기보다 걷기가 살이 많이 빠진다. 이런 방법을 실천하면 가장 멀리 돌아가는 길이 결국 가장 빠른 길이라는 것을 이해하게 된다.



'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손목통증과 고혈압  (0) 2016.04.18
체질과 한방약  (0) 2016.02.05
웰다잉  (0) 2016.01.21
디스크  (0) 2015.12.21
가장 좋은 운동  (0) 2015.1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