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 쌍의 노인 부부가 찾아오셨다. 할머니가 설사가 오래도록 멈추지 않는다며 진료를 원하시길래 침치료를 해드렸다. 다음날 설사는 멈추었다. 할머니는 다른 병이 있다고 하셨는데, 바로 조현병, 소위 "정신분열"을 앓고 있다는 것. 아드님이 국내에서 손꼽을만한 병원의 정신과 의사인데도 치료를 못한다고 한숨을 쉬셨다. 몇 가지 약을 복용하는데 그 약의 부작용으로 파킨슨 병도 앓고 계셨다.
이것이 어쩌면 현대의료의 아픈 현실이 아닐까? 단순히 증상을 억제하는 방식으로 의학의 발달이 전개되어가고 있으므로 문제를 해결하는데 조금도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것이다.
이 할머니의 체질은 목양체질이다. 목양체질은 육식을 안하고 잎채소 위주의 식사를 오래하면 환청이나 정신분열이 올 수 있다. 체질에 맞추어 음식을 바꾸는 것으로 그런 정신병들은 치유될 수 있다.
불쾌한 내용의 환청에다 피해망상과 과대망상을 겸한 환각증(hallucinosis)은 목양체질(Hepatonia)의 질환이다. 의식은 명료하고 사고에 장애가 없는 이 질환은 마침내 정신병으로 취급되어 폐인이 되기 쉽다. 목양체질은 대개 본태성 고혈압의 소유자로 그것이 정상 상태인데 체질에 대한 인식부족으로 그것을 떨어뜨리기 위하여 채식과 생선을 먹고 육식을 멀리 할 때 피곤증과 함께 환각증이 나타난다. 그러므로 이런 때일수록 식사를 육식으로 바꾸고 온수욕을 습관화하여야 한다. 이 병은 체질 치료법으로 쉽게 회복될 수도 있다. 권도원, <빛과 소금> 95년도 7월호
하지만 여기에는 한 가지 조건이 더 필요한데, 그것은 복용하는 향정신성 약물을 끊는 것이다. 그 약들은 발현되는 증상을 억제하는 과정에서 병증을 왜곡하기 때문이다.
정신병에 대하여 약을 끊으라는 말을 쉽게 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복용중인 약을 중단할 때 자살충동이 나타날 수 있다면 치료자의 입장에서는 신중하게 접근할 수 밖에 없다. 이런 경우 옆에서 계속 지켜보고 적절한 조치를 해줄 사람이 있다면 약을 중단하면서 치료가 가능하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약을 중단하라고 말하기보다는 일단 체질식을 꾸준히 실천하고 몸상태가 전체적으로 좋아지는 것이 느껴진다면 조금씩 약을 줄여가라고 권하게 된다. 나으려면 대증요법을 분명히 끊어야 한다.
그래서 필자는 약물중독addiction을 치료할 수 있는 병원을 찾아보았다. 제대로 된 병원이 있다면 그곳에 보내어 약을 끊게 도와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인터넷을 검색한 결과 한 곳을 찾았는데 이곳의 홈페이지조차도 다음과 같이 약물을 옹호하고 있었다.
※ 정신과 약물에 대한 흔한 오해나 편견
① 중독성이나 습관성이 있다.② 아주 독하고 위험한 약이다.③ 부작용이 나타나면 돌이킬 수 없다.④ 상태가 좋아지면 약을 안 먹어도 된다.⑤ 약을 먹을 때 음식을 가려야 한다.⑥ 오랫동안 약을 복용하면 몸에 안 좋다.⑦ 약을 복용하면 지능이 떨어진다.⑧ 약을 오래 먹어서 상한 몸을 한약으로 보호해 주어야 한다.⑨ 술이나 담배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
여기서 9번은 틀린 이야기이지만 나머지는 오해나 편견이 아니라 어느 정도 사실이다. 진료를 하면서 그런 분들을 많이 목격했다. 정신과 약물은 대개 중독성이나 습관성이 있고, 따라서 독하고 위험하다. 부작용이 나타나면 돌이키기 어렵다. 중독된 상태에서 다시 자유를 찾는 사람을 거의 본 적이 없다. 근본적으로 치유되려면 약을 중단해야 한다. 그리고 음식을 체질에 맞게 가려 먹어야 한다. 오랫동안 정신과 약을 복용하면 몸에 안 좋고 지능이 떨어져서 제 정신을 유지할 수 없게 된다. 약물중독을 치유할 때 도움이 되는 한약처방이 존재하며 진찰 결과 체질과 증상에 부합하면 사용할 수 있다.
약물을 끊도록 도와야 하는 곳에서 약물을 옹호하니 환자를 보낼 수가 없다. 현재 약물중독 치료는 마약에 대하여는 적극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나 의료인이 투여한 약물에 대해서는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하지만 불법과 합법의 차이만 있을 뿐 중독성이 있다는 것은 매 한가지 아닌가? 환자가 평생 약물에 중독된 상태로 매어있는 것은 근본치료가 아니다. 중독성이 강한 약물은 줄여가고 그 틈을 환자의 체질에 맞는 섭생(음식, 목욕, 운동 등의 생활습관 조절)으로 채우는 것이 근본치료다.
정신분열과 함께 극심한 변비가 동반되는 경우가 있다. 이것은 모든 형태의 정신분열에 해당되지 않고 목양체질의 특정한 유형의 정신분열에만 한정된다. 목양체질은 선천적으로 대장이 약한데 잎채소 위주의 식사를 할 경우 대변이 굳고 변이 적체되어 소통하지 못하게 된다.(이것을 한의학에서는 조시燥屎라고 한다) 이것은 뇌압을 상승시키고 그 결과 이런 유형의 정신분열이 오는 것. 고금의 문헌에서는 이것을 광증狂症으로 다루었다. <동의수세보원>에서는 이제마가 한 아이의 광증을 치료하는 사례가 실려 있다.
一太陰人 十歲兒 得裏熱瘟病 粥食全不入口 藥亦不入口 壯熱穰穰 有時飮冷水 至于十一日 則大便不通 已四日矣. 恇怯譫語 曰有百蟲滿室 又有鼠入懷云 奔遑匍匐 驚呼啼泣 有時熱極生風 兩手厥冷 兩膝伸而不屈. 急用葛根承氣湯 不憚啼泣 强灌口中 卽日 粥食大倍 疫氣大解 倖而得生. <東醫壽世保元> 太陰人 肝受熱裏熱病論
태음인이며 10살이 된 아이가 리열 온병에 걸렸다. 미음이나 약을 넘기지 못하고 열이 가득 차서 가끔 냉수를 마시는 것이 11일에 이르렀고 대변이 막힌지는 이미 4일이 되었다. 무서워서 겁을 내며 헛소리를 하기를 "각종 벌레가 방안에 가득하다"고 하며 또 "내 몸으로 쥐가 들어온다"고 하며 황급히 엎드려 엉금엉금 기며 놀라 소리를 지르며 눈물을 흘리며 운다. 열이 극도에 이르러 풍이 생겨 양 손이 얼음처럼 차가워지고 양무릎은 펴고 굽힐 수가 없다. 바로 갈근승기탕을 다려 아이가 우는 것도 꺼리지 않고 억지로 입 안으로 부어넣었더니 그 날로 미음을 곱이나 더 먹고 역기가 크게 풀려 다행히도 생명을 살리게 되었다. <동의수세보원> 태음인 간수열이열병론
한의학에서는 이러한 유형의 광증에 대하여 그 치료법을 변의 적체와 어혈을 풀어주는 것으로 하고 몇 가지 처방을 제시하고 있다. 정신분열은 새로운 병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사람들에게 관찰되었고 그에 대한 치료법도 연구가 되었던 것이다.
정신분열에서 이러한 연관관계를 파악하지 못하고 그저 대증요법을 사용하여 뇌 자체에서 나타나는 증상을 억제하는데 주력하면, 본래 그 증상을 유발하였던 근본원인은 고스란히 남아서 계속 작용하기 때문에 약물을 중단할 경우 증상이 재발하는 것은 물론이요, 만일 그 사람이 계속하여 체질에 맞지 않는 잎채소 위주의 식단을 고집할 경우 증상은 점점 더 악화될 것이라는 것이 명약관화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대증요법은 병의 본래 모습을 왜곡시켜 나타나게 한다. 이러한 유형의 정신분열에서 정증正症(병의 본래 그러한 모습)에서는 극심한 변비가 나타나야 하지만 대증요법을 통해 그런 변비가 사라지기도 하고, 오히려 설사가 나오기도 하고, 변비와 설사를 반복하기도 하는 등 원래의 형태를 벗어나서 치료자나 관찰자의 눈을 미혹케 한다.
따라서 치료는 대증요법을 중단하는 것이 첫번째가 된다. 그렇게 할 때 병은 이지러진 상태에서 벗어나 원래의 형태로 돌아온다. 즉 극심한 변비와 환청, 환각 등이 돌아오는 것이다. 이것은 병이 악화된 것이 아니며 원래 그러한 상태였던 것이고, 단지 대증요법이 그동안 그 상태를 가리어 보지 못하게 했던 것이다. 따라서 치료는 반드시 이 지점에서 시작해야 한다.
대증요법을 중단하는 것과 동시에, 광증과 연관된 변의 적체를 풀어주고, 잎채소 식사를 중지하고 체질에 맞는 육식 위주로 식사를 하여, 바르지 못한 생활습관이 만들어낸 장부의 불균형을 건강에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 수준의 적불균형으로 유도하는 것이 그 치료가 된다. 이런 치료법은 오로지 목양체질에서 나타나는 정신분열의 한 유형에 한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