림프절염 치료받고 나았던 중년여성이 다시 한의원을 찾았다. 최근 병원 갔더니 고혈압이라고 혈압강하제 줘서 열흘을 먹었는데 그러고 나서 머리속이 어지럽고 무겁다는 것. 최근 들어 건망증도 점점 심해진다고 한다. 체질식 실천하는지 물어보니 안했다고 한다. 그것이 원인이 되어 혈압이 올랐고 그렇게 오른 혈압을 인위적으로 떨어뜨리려다가 부작용이 난 것이다. 체질식을 권고하고 혈압강하제를 중단했다. 이 환자는 그 병리가 단순하고 혈압강하제 복용한 지 얼마 되지 않았으며 다른 대증요법에 의존하고 있지 않아서 바로 중단시킬 수 있었다.
1회 치료 후 다음 날 "머리가 좀 맑아졌다"고 한다. 2회 치료 후 미열도 줄었고 어지러움은 절반 정도로 줄었다. 그리고 안 오시다가 5일이 지나 오셨다. "계속 괜찮아서 안왔다가 재발했고 혈압강하제 다시 복용했으나 마찬가지로 어지러워서 또 왔다"고 한다. 체질식 실천하는지 물어보니 안했다고 한다. 다시 체질식을 권고하고 혈압강하제를 중단했다.
침치료 후 다음날 혈압을 재보니 첫 번째 측정에서 109-62, 두 번째 측정에서 113-61이 나왔다. 아침에 약간 어지러웠으나 지금은 괜찮다고 한다. 치료 후 다음날 혈압을 재보니 첫 번째 측정에서 124-58, 두 번째 측정에서 115-60이 나왔다. 정상범위였다. 이 환자분이 혈압이 일시적으로 높아진 상태였기 때문에 체질식을 꾸준히 실천한다면 재발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 하지만 필자의 직감으로는 아무래도 이 환자는 체질식을 다시 소홀히 여길 것 같다. 필자가 바라는 건 이 환자가 체질식을 지키지 않았을 때 자기 몸의 증세가 더욱 악화되는 걸 자각하고 자발적으로 체질식을 진지하게 실천하는 것이다. 그 때까지 이 분은 시행착오를 겪을 것이다.
체질식 권고하면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분도 있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분들도 있다. 당장의 불편함을 면하는데 초점을 맞추는 환자는 대증요법으로 만족하고 그것이 미래에 어떤 결과를 만들어내는지에는 관심이 없다. 하지만 진지하게 체질식을 실천하고 의미있는 열매를 맺는 환자들도 많다.
티비 메디컬드라마를 보면 어떤 패턴이 있다. 치료 대부분은 수술장면에 초점을 맞춘다. 고작 60분이라는 시간 안에 드라마틱한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사람생명이 왔다갔다해야 하고 천재적인 외과의를 등장시켜서 멋지게 살려내는 것 말고는 방도가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정말 드라마틱한 것은 그렇게 짧은 시간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드라마가 아닌 현실 속에서, 만성난치병환자가 자기 체질을 알고 상당한 시간을 걸쳐서 음식,운동,목욕,주거,직업,사람관계 등 삶 전체를 천천히 바꾸어가고 결국 병을 고치고 건강하게 치유되는 것이 진짜 드라마다. 그 드라마의 주인공은 멋쟁이 천재 외과의가 아니라 치유과정의 주체인 환자 자신이다. 1
- 기존 메디컬 드라마는 "치료=수술"이라는 프레임을 보여준다. 이런 프레임은 고의든 우연이든 환자들이 진정한 치료가 무엇인지 혼동하게 만든다. 수술이 치료가 아니라는 것이 아니라 치료의 전체가 아니라는 것이다. 오직 "치료=수술"이라면 환자는 치유의 주체가 아니라 객체로 전락한다. 그런 프레임 안에서 환자가 할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냥 누워서 기도하는 것 말고는 할 것이 없다. 하지만 치료는 훨씬 광대한 영역이다. 수술은 그 광대한 영역의 극히 일부일 뿐이다. 만성난치병환자는 수술로 나을 수 없다. 그런 케이스에서 수술은 염증이 심해진 조직을 떼어내서 더 번지지 않게 하는 역할을 할 뿐이다. 하지만 병을 빚어내는 몸의 토양, 그리고 그 몸과 상호작용을 하는 생활습관이 그대로라면 재발할 것은 불 보듯 뻔한 것이다. 따라서 근본치료는 반드시 그 생활습관을 자기 체질에 맞추어 바꿔가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