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후반에서 60대 초반으로 보이는 건장한 체구의 남성이 진료실로 들어옸다. 이 분은 필자의 지인이 소개해주신 환자분이다. "고개를 들거나 숙이고 있으면 왼팔이 저리다. 주먹 쥐기가 힘들 정도고 힘이 안 들어간다" 고 한다. 오른쪽도 약간 저리지만 증상은 왼쪽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왼쪽 손가락관절에도 통증이 있다. 평소에도 저림이 있지만 최근3일 동안 심해져서 왔다는 것이다
이 환자분은 20년 전 교통사고 후 손저림이 처음 나타났다. 교통사고가 어느 정도였는가 물어보니 "목뼈가 부러졌다."고 한다. 교통사고로 경추가 골절되면서 손저림이 온 것이다. 뼈가 붙은 다음에도 손저림은 여전했다. 손가락관절통도 있지만 그보다는 경추 불균형을 해소하는 것이 최우선 목표가 되어야 했다.
경추 부위의 경혈에 자락관법을 쓴 다음 체질침을 시술했다. 1회 치료에서 저림이 절반으로 감소했기 때문에 그 다음부터는 큰 부담없이 같은 처방으로 밀고 갔다. 2회 치료 후 "주먹 쥐는게 많이 좋아졌다" 고 했고 5회 치료에서는 "이제 주먹은 쥘 수 있는데 물건 들 때 아직 힘이 안 들어간다."고 한다. 6회치료에서 "힘이 좀 들어간다" 하시고 그 다음에는 오지 않았다. 마지막 치료로 완전히는 아니겠지만 거의 낫지 않았을까 추측한다.
우리몸은 어떤 불균형 상태에 놓이게 되면 그걸 보상하려는 여러가지 되먹임이 일어난다. 교통사고 후유증도 예외는 아니다. 뼈가 부러질 정도의 충격을 받고 그 충격으로부터 몸이 스스로를 보호하고자 하는 되먹임으로 주위근육들을 모두 팽팽하게 긴장시킨다. 자기보호를 위해 만들어낸 긴장이 이번에는 척추 밸런스를 무너뜨린다. 그리고 손저림을 호소한다. 이 때 최초의 불균형을 조율 상쇄하면 그 다음에 나온 증상들은 모두 스스로 잦아드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