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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전립선염

백발의 할아버지가 진료실로 들어온다. 배우자 소개로 오셨는데 전립선염 이명으로 고생중.

증상이 여러가지 있을 때 제일 먼저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은 과연 각 증상들이 별개냐, 아니면 유기적인 연관관계로 연결된 하나의 병으로 간주해야 할 것이냐는 것이다. 이것은 기계만으로는 알 수가 없다. 첨단장비들이 있다고 반드시 환자가 어떤 상태인지 정확히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기계는 데이터를 끄집어낸다. 하지만 데이터는 증상과 증상 사이의 유기적인 고리에 대해서 아무것도 이야기해주지 않는다. 그것을 알려면 단순한 데이터의 묶음이 아니라 어떤 종류의 통찰력이 필요하다. 그 통찰력은 경험과 그 경험의 해석, 그리고 개입을 통해 그 해석이 맞는지 확인하는 과정을 통한 검증, 그리고 이와 비슷한 케이스들의 메타분석으로 얻어진다. 이런 지식들은 실험실 안에서 만들어지는 게 아니며 오로지 임상현장의 유기적인 네트워크로만 형성된다. 병원시스템은 기본적으로 거대한 기계와도 같아서 미리 정해진 시스템대로 기계적으로 투여 시술하기 떄문에 환자 증상들이 가지고 있는 유기적인 연관성. 다양성, 무엇보다 그것들이 어디에서 바롯하고 있는지 래디컬하게 파고들만한 여유가 없다. 이런 시스템은 오로지 응급상황에서만 유익하다. 느리게 진행되는 병을 치료할 때는 이런 방식은 오히려 독이 된다, 병이 어디서 연유하는지를 보려 하지 않고 현재 증상들이 어떤 관계 속에 있는지 알려고 하지 않고 그저 기계적으로 각 증상마다 별개의 약을 투여하여 콘트롤하려고 하기 때문에 최초의 원인이 계속 증식해나가 아주 단순한 형태였던 병의 최초형태를 비비 꼬아서 점점 복잡하게 만들어버리기 때문이다. 한의학에서는 이렇게 병리가 복잡한 상태를 괴병怪病이라고 한다. 현대는 이 괴병이 창궐하는 세상이다. 응급상황에 맞는 치료방식을 만성질환에 적용하게 된 것, 이것이 현대의료시스템의 비극이며 이런 기계적 대응에서 수도 없이 병의 가지치기가 일어나는 것이다.제대로 치료되지 않은 병이 가지치기를 하면서 분화되어가고 그 분화된 증상 하나하나에 따라 대증요법들의 가지들도 대중들의 핏자국을 남기며 무성해진다. 그러니 제약산업만 팽창하고 환자들은 여전히 고통 속에서 신음하는 것이다. 이 환자분 역시 오랫동안 큰 병원에 몸을 맡겼으나 전립선염이 낫지 않고 이명 난청 역시 점점 고질이 되어가는 터라 필자를 찾아오게 되었다,

몸 컨디션을 관찰하면서 치료와 동시에 복용중인 전립선약을 천천히 줄여갔다. 환자는 소변이 찰 때 느껴지는 통증이 스스로 차이를 느낄 정도로 줄어들었다. 단순히 통증이 줄어든게 아니라 전체 컨디션이 뚜렷하게 향상되었다. 처음 1달간은 체질식의 중요성을 깨닫지 못하고 게을리하여 조금 호전되다가 악화되고 를 반복했다. 환자에게 음식의 중요성을 귀에 못이 박히게 강조하고 환자 스스로 배우자가 해주는 체질에 맞지 않는 식사를 하는 것보다 친구들과 외식하면서 자기 체질에 맞는 음식을 먹을 때 컨디션이 좋아지는 경험을 하고는 체질식을 열심히 실천하게 되었다. (배우자 분에게는 체질식을 옆에서 도와주시라 말씀드렸는데 어떻게 되었는지는 모르겠다) 이후 전립선 증상은 급격히 좋아졌고 이명 치료로 들어갔다. 일반적으로 이명은 치료하기 쉬운 증상은 아니지만 최초의 치료에서 "이명이 작아지고 소리가 좀 더 클리어clear하게 들린다"고 하여, 어느 정도 희망을 가져도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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