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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계피가루가 들어간 빵

가끔 오시는 토양체질 할아버지 한 분이 있다. 늘 위염으로 오신다. 처음에는 항상 아프다고 하셨는데 현재는 어쩌다 한 번 재발해서 오신다. 증상이 튀어나오는 빈도수로 보면 많이 호전된 셈이다. 이 분의 병 원인은 체질에 안맞는 음식을 섭취하거나 과식하는 것이다. '먹을 걸 보면 참을 수 없다'고 한다. 또, '어떤 음식을 먹고 나면 꼭 윗배가 아프다'고 한다.  

어떤 음식 먹고 그러시나 체크해봤는데 막걸리 현미 찹쌀 오리훈제고기...모두 토양체질한테 해로운 음식들이다. 그리고 재미난 것은 코스트코 빵을 먹고 그럴 때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인터넷으로 코스트코 빵 성분을 검색해보니 계피가루가 들어간다. 계피桂皮는 한약재 중 하나인데 계수나무 껍질이다. 그 특유의 향 때문에 음식에 향신료로 들어가는 일이 많다. 빵, 떡, 과자, 콜라 뿐 아니라 커피에도 들어간다. '시나몬커피'라는 게 바로 계피가루를 넣은 커피다. 계피는 몸안에 들어가면 위열胃熱을 항진시키기 때문에 위열이 부족한 수양체질한테 이롭다. 반대로 토양체질은 원래 위열이 항진된 상태이므로 계피를 먹게 되면 타고난 위열이 더 항진되어 소화불량 두통 등을 일으키고 그대로 방치하면 점점 난치병이 된다.

계피 외에도 생강 인삼 홍삼 부자 대추 해대 역시 토양체질한테는 해로운 약재다. '약방의 감초'라고 하여 가볍게 생각할 수 있는 감초 역시 정해진 용량을 넘으면 토양체질한테 쿠싱증후군을 일으킬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음식에 아무 생각없이 한약재를 넣는 것은 한심하고 위험천만한 일이다. 생각해보자. 아스피린 효능이 좋다고 빵 과자에 첨가하고, 감기에 걸려서 항생제를 커피에 타서 마신다면 상식적으로 위험한 일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한약재를 임의로 음식에 넣어 먹는 것도 그와 마찬가지다. 또, 시중에 판매되는 건강식품 대부분도 한약재로 만드는데, 아무 진찰없이 그런 것을 마구잡이로 투여하고 부작용이 나도 아무 책임을 지지 않는 현실이 의료가 자본화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의 단면을 보는 듯 하다. 정확한 진찰을 통해 환자체질에 부합해야만 안전하게 효과가 나오는 것이지 임의로 마구 투여한다면 그것으로 의료질서는 더 혼란스러워질 것이다.   

심지어 체질에 맞는 약재라도 그 체질에 루틴으로 사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 체질에서 나타날 수 있는 증상은 다양하고 현재증상은 그 여러가지 패턴 중 하나이기 때문에 처방이 그 증상에 부합할 때만 부작용없이 효과를 발휘한다. 따라서 한약재를 임의로 음식에 넣는 것은 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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