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중 정신과질환을 앓는 학생이 있다. 큰 병원 치료를 몇년째 받고 있으나 낫지 않는다. 전에는 가슴이 아프다고 하여 침치료를 하면 호전됐다가 얼마 지나 재발하곤 했다. 앓고 있는 병 때문에 복용하는 약물과 관련이 있는 것 같았지만, 보호자 분이 병원치료에 미련이 남은 것 같아 필자는 이 학생이 가끔 소화불량을 호소할 때만 치료해주고 있다.
며칠전 이 학생이 "밤에 아이스크림을 먹고 그 다음날 구토 물설사를 한다"고 왔다. 첫날, 장염에 쓰는 한약을 1일치 투여하고 2일째부터는 침치료만 계속했다. "물설사를 주륵주륵 하는데 하루에도 수도 없이 간다"고 한다. 이 경우, 설사는 밤에 먹고 잔 아이스크림이 소화가 안된 채 장점막을 자극하고, 장은 그것을 씻어내리기 위해서 설사하는 것이다. 이런 설사는 장이 스스로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한 반응이기 때문에 설사한다고 무작정 지사제를 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다만, 물설사를 거듭하면 탈수증상이 생기기 때문에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고, 체질에 맞는 음식을 섭취하되 소식을 하는 것이 좋다.
차가운 음식물에 의해 장 내부 온도가 떨어질 때 나타나는 설사는 차가운 음식물을 빨리 배출하여 장 온도를 회복하려는 반응이다. 따라서 한방치료는 설사 그 자체를 멈추기보다는 장이 원래의 균형상태를 회복하는데 초점을 맞춘다. 장 상태가 원래대로 돌아오면 설사는 자연스럽게 그친다.
5회 치료 후, 이 학생이 "변이 제 모양을 갖추고 나온다"고 알려준다. 변이 단단한지 물으니 고개를 끄덕인다. 재발가능성을 줄이려고 2회 더 치료해주고 상태를 체크한 후 보냈다.
'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수험생 화병 (0) | 2012.07.27 |
---|---|
뉴스를 보고 (0) | 2012.07.22 |
잇몸출혈을 동반한 구내염 (0) | 2012.06.28 |
퇴근길에 (0) | 2012.06.20 |
교통사고 후 다리저림 (0) | 2012.06.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