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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메니에르 병

초췌해보이는 여성이 진찰실로 들어온다. 눈밑에는 다크써클이 드리워져 있다. "어지럼증이 너무 심해 견딜 수가 없다"고 한다.

5개월 전부터 어지러움이 극심했는데 "특히 아래를 볼 때, 시선이동할 때, 눈감을 때 심하다"고 한다. 어지러움이 어찌나 심한지 환자는 어지러움이 언제 올까 불안하고 무서울 정도... "일산ㅂ병원에서 이석증으로 진단받고 치료했으나 마찬가지"라고 한다.

어지러움 말고도 귀울림 두통이 있고 고도근시에(좌-8.5 우-8) 소화도 잘안되고 손발차고 소변 자주 보고 밤에도 자다가 소변보러 가느라 깰 때가 있다. 생리량도 줄었다. 2년동안 스트레스로 갑상선기능항진증이 생겼다가 지금은 괜찮다고 한다. 물을 적게 마신다고 하여 수역水逆[각주:1]이 있는지 확인해보니 없다. 평소 손이 잘 붓고 손바닥 발바닥이 거칠고 두꺼워지고 각질이 잘 생긴다. 

복부를 진찰해보니 피부는 연약하고 희다. 복직근 긴장도는 높지 않다. 배꼽아래는 무력하고 튼살이 약간 보인다. 배꼽주위로 계悸[각주:2]가 뚜렷하다. 

이 분은 토양체질이고 그 병은 메니에르증후군이다. 수액대사이상으로 달팽이관 근처 림프관 내부 압력이 증가하는 것이 어지럼증을 유발하고 있다. 수액대사가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몸이 체액이 많이 몰리는 곳과 부족한 곳으로 나뉘게 된다. 체액이 많이 몰리는 부분에서 시력감퇴 어지럼증 이명 등이 나타나고 체액이 부족해지는 곳은 피부가 거칠어지고 각질화가 진행된다. 다시 말해 이 환자한테 나타난 증상 각각은 별개의 것이 아니라 서로 연관되어 있던 것이다. 이것을 만약에 하나 하나 따로 치료한다고 하면 낫기 어려울 것이다. 반드시 전체적인 관점에서 바라봐야만 해결되는 것이다. 이처럼 생체 전체에서 나타나는 현상를 하나의 유기적인 구조로 이해하는 의학을 holistic medicine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미래의학의 중요한 조건이다. 한의학은 현재 이 조건에 가장 근접해있다.  

01

수액대사를 정상으로 돌려주는 처방을 20일치 투여하고 신장 기능을 촉진하는 침치료를 병행했다. 1주 치료 후 어지러움을 처음 10 이라 할 때 1,2정도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목감기로 항생제 먹은 후 어지럼증이 재발.

환자분한테 체질식을 적극적으로 실천할 것을 권고한 다음, 두번째 처방을 투여했다. 혈관을 확장하고 조직에 과도하게 저류되어 있는 체액을 혈관안으로 끌어들여 체액의 불균형을 해소시켜주게끔 처방을 구성했다. 새 처방 복용 다음날 "어지러움이 절반으로 줄었다"고 한다. 뚜렷한 호전이었다. 4일 후 경과를 체크하니 컴퓨터 장시간 사용 후 속이 울렁거렸다고 한다. 수독水毒[각주:3]이 VDT증후군과도 관계가 있음을 깨닫고 컴퓨터사용 줄일 것을 권고. 4일 후 경과체크. 어지러움은 처음이 10일 때 1정도로 줄었다. 특히 시선을 아래로 이동할 때 어지러움이 뚜렷하게 줄어서 편하다고 한다. 이명은 여전하지만 "전처럼 크게 신경 쓰이지는 않는다"고 한다. 눈피로도 줄었다.

이 분은 예전에 손발도 차고 소화도 안되어 자기가 소음인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일부러 따뜻한 물을 마시고 현미밥을 먹고 온갖 좋다고 하는 것은 다해봤는데 토양체질 섭생표를 보고 자기가 찾아 먹던 것이 모두 자기한테 해로운 것임을 깨닫고 허탈했다고 고백했다. 병을 자기 몸을 이해하는 좋은 기회로 삼으시라고 격려해드렸다. 손발이 차거나 소화안되는 것만으로 체질을 확진할 수는 없다. 금음체질 목양체질에서도 손발이 찬 증상은 나타날 수 있다 본래 소화력이 강하게 타고난 토양체질도 위장병이 생길 수 있다. 그래서 증상만으로 체질을 넘겨짚는 것은 정확하지 않고 그런 식으로 대충 감별한 것을 환자가 그대로 치밀하게 실천했을 때는 위험해지기도 한다. 체질감별이 치료예방이라는 목표에 도움이 되려면 반드시 정확한 진찰, 치료를 통한 검증이라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1. 물마시면 바로 토하는 증상. [본문으로]
  2. 복부대동맥 박동이 과잉항진되는 것. 환자 병리를 이해하는 단서가 된다. [본문으로]
  3. 여기서 독毒은 toxin과는 다른 개념이므로 혼동해서는 안된다. 수독水毒은 수액대사의 장애, 불균형을 뜻한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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