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분이 피부염 치료받고 호전되는 것을 보고 아이아빠도 피부병을 치료해달라고 요청했다.
환자분이 팔을 내밀어 보여준다. 피부에 닭살처럼 올라왔는데 만져보니 그 올라온 부분만 아주 건조해서 까끌까끌한 느낌이 들 정도... 주변 피부와 확실히 이질감이 느껴진다. "스물세살 때, 훈련소에서 돼지고기 소주를 먹고 피부발진으로 2달 고생하고 양약 복용 후 좋아졌다가 4~5년 전 사타구니가 가려우면서 재발했다. 육식 때문인가 싶어 채식 위주로 바꾸면서 2~3년 후 사라졌는데 그 무렵 갑상선기능저하증으로 진단받고 피로해지면서 피부발진이 재발했다"고 한다.
환자는 피부가 약간 검은 편이고 성격이 낙천적이다. 키는 168센티미터 몸무게는 최근 61킬로그램에서 60킬로그램으로 줄었다. 보통 갑상선기능저하증이면 몸무게가 늘어나는데 이 분은 몸무게가 줄어들고 있다. (약으로 갑상선호르몬을 인위적으로 분비하게 한 수준이 몸이 필요로 하는 것보다 조금 초과하기 때문인 것 같다. 물론 다른 가능성도 있다.)
"갑상선기능저하증 약을 복용중이지만 10일간 약을 복용하지 않아도 별 이상이 없다"고 한다. "홍삼을 먹으면 피부가 더 가렵다"고 한다. 피부묘기증이 있고 입술맥관부종은 없다. "수면시간을 줄이면 가려움이 심해진다"고 한다. 돼지고기 술 햄을 먹으면 발진이 생긴다. 운동은 1주에 1회 테니스를 치고, 과거 축구했을 때 컨디션이 아주 좋았다. 물 마실 때 따뜻한 물이 편하고 찬 물은 불편하다. 땀을 빼도 컨디션이 좋다. 설사는 거의 안한다. 최근 두통 콧물 등의 감기증상이 2주 지속됐으나 현재 양호하며 최근 탈모경향이 있다.
이 환자는 목양체질이었다. 일반적인 두드러기로 보고 한약을 1제 투여했다. 치료중간에 잔기침을 하는데 고기에 상추쌈을 싸서 먹었다고 하여 목양체질에게 상추 배추 등 잎채소가 해로움을 강조하고 먹지 말 것을 권고했다. 가루한약을 1일 투여했더니 3일 후 와서 기침은 멎었다고 한다. 9일째 되는 날 "옻닭을 먹고 가려웠으나 다음날 진정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피부는 2주가 지나도 호전될 기미가 안보인다.
다시 생각해보니 잠을 줄이면 가려움이 심해진다는 것, 몸무게가 적게 나가고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 떠올라서 심장흥분도가 지나쳐서 혈열血熱로 진액이 말라붙고 있음을 깨달았다. 전처방 잔여분을 모두 회수하고 심장의 흥분을 가라앉혀 혈열을 식히고 피부에서 진액 생성을 촉진하는 처방을 투여했다. 복용 후 3일만에 "가려움이 절반으로 줄었다. 저번 약보다 좋은 것 같다"고 하여 두번째 처방이 적중했음을 확신했다. 9일째 가려움은 2, 12일째 가려움이 1로 줄었다. 14일째 와서 "밤에만 약간 가려울 뿐이다. 사타구니 가려운 부분에 딱지가 만들어져 떨어지고 있다"고 한다. 1
이 환자는 군대훈련소에서 돼지고기 술을 먹다가 첫번째 발진이 생겼다. 음식도 음식이지만 훈련소라는 환경상 같은 체질인 사람과 술잔 돌리다가 타액이 섞여서 피부알러지반응을 일으킨 것 같다. 그 이후 사타구니가 가려우면서 피부발진이 다시 생겼는데 환자는 그것이 육식 때문인 것으로 오해하고 채식을 하다가 갑상선기능이 떨어진 것 같다. 그리고 체질식을 하지 않는 상태에서 갑상선기능을 인위적으로 항진시키는 약물을 복용하면서 신진대사가 활발해지면서 심장흥분도가 높아지고 그것이 피부의 체액을 바싹 말려서 피부염이 건조한 형태로 재발한 것이다. 2
최초의 처방을 투여할 때 피부에 붉게 올라온다는 것에만 초점을 맞추었지만, 두번째 처방에서 피부 건조함과 수면의 관계, 몸무게 변화의 연관성을 파악한 것이 치료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치유의 단서는 분명히 존재한다. 충분한 관찰이 필요할 뿐이다.
- 현대 생리학은 심혈관계를 영양 산소를 온몸세포에 공급해주는 컨베이어벨트처럼 그린다. 하지만 이런 기계적인 관점으로는 인체에서 드러나는 현상들을 충분히 이해할 수 없다. 혈액은 열을 머금고 있다. 심장은 혈액을 통해 온몸에 열을 뿌려준다. 만일 심장흥분도가 지나치게 강하다면 그 열도 극심할 것이고 그 열은 체액을 말라붙게 하거나 가슴을 답답하게 하거나 입을 마르게 하고 혓바닥에 혀이끼가 끼게 할 것이다. 열은 물리적인 속성이다. 혈액을 열이나 압력같은 물리적인 속성에 초점을 맞추어 이해한다면 생체에서 나타나는 현상들 각각을 전체적인 큰 흐름의 일부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본문으로]
- 목양체질이 육식을 피하고 채식을 오래 하면 폐기능이 약해지면서 갑상선기능저하증이 올 수 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