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초반의 건장한 체격의 남성이 왼쪽 어깨의 통증을 심하게 호소하여 치료해드렸다. 어깨 통증이 다 사라졌을 때 탈모 치료를 위해서 호르몬제를 먹어도 되냐고 물어보시길래 "호르몬제는 부작용이 나올 수 있다"고 알려드렸다. 그런데 눈빛을 살피니 왠지 한 번 시도해보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신 듯 하여 "해보시다가 불편해지면 오시라"고 했다.
두 달 후 다시 오셨는데 예상대로 부작용이 나왔다. 피나스로정을 복용하면서 온몸이 쑤시고, 식은땀이 나며, 어지럽고, 허리가 아프다는 것이다. 바로 중단시키고 체질침을 2회 정도 시술하니 증세가 거의 사라졌다. 자다 깨다 되풀이했던 증세도 5회 정도 치료하자 숙면을 취하게 되었다. 체질침으로 탈모를 두 달 정도 치료하자 "머리카락이 빠진 부위에서 솜털이 나왔다"고 하시는데 좀 더 경과를 지켜볼 생각이다.
피나스로정의 성분은 피나스테리드다. 피나스테리드는 체내 호르몬인 디하이드로 테스토스테론(DHT)의 양을 줄인다. DHT는 전립선을 커지게 하는데, DHT를 줄이면 전립선이 커지는 것을 방지하면서 머리카락이 자란다고 한다.
문제는 부작용이다. 피나스테리드는 성욕 감소, 발기 문제, 사정 장애, 유방이 커지고 압통이 증가하며, 피부 발진을 유발한다. 또한 피나스테리드를 복용한 환자 중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가 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내분비계를 교란하면 부작용이 나올 수 밖에 없다. 호르몬 수치는 몸이 현재의 생활습관에 적응한 결과인데 어느 한 가지 증세를 치료하려고 생활습관이 아니라 호르몬을 직접 조정하면 적응 실패로 다른 부작용이 나온다.
만일 어떤 장기를 약하게 타고난 사람이 체질에 안맞는 생활 때문에 그 장기가 더 약해져서 그곳에서 나오는 호르몬이 부족해졌다고 하자. 그래서 약물로 그 호르몬을 보충해주었다고 하자. 몸은 다시 그 체질에 안맞는 생활에 적응하기 위하여 호르몬을 원래 수치대로 되돌리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인위적으로 보충해주는 호르몬은 어찌할 수 없으니 그 장기에서 나오는 호르몬을 더욱 줄이게 될 것이다. 이 결과는 호르몬 대체요법이 의도한 바를 정확히 비껴간다. 약하게 타고난 장기는 더 많이 약해지게 되는 것이다.
이와 반대로, 어떤 장기를 강하게 타고난 사람이 체질에 안맞는 생활로 그 장기의 기능이 더 항진되어 그 장기에서 나오는 호르몬이 증가했다고 하자. 그래서 그 장기를 억제하는 약물을 써서 그곳에서 분비하는 호르몬 농도를 떨어뜨렸다고 하자. 몸은 다시 체질에 안맞는 생활에 적응하기 위하여 호르몬 수치를 원래대로 되돌리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인위적으로 사용하는 호르몬제는 어찌할 수 없으니 그 장기에서 자체적으로 나오는 호르몬을 더욱 늘릴 것이다. 강하게 타고난 장기의 기능이 더욱 항진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모두 그 장기와 다른 장기들 사이의 불균형을 더욱 키워서 증세를 악화시킨다.
기존의 호르몬 대체요법들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무익한 것은 이런 몸의 되먹임을 고려하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의 증세가 몸이 생활습관에 적응하려는 되먹임에서 나온 것을 모르기 때문에 원인이 되는 생활습관을 바로잡으려 하기보다는 결과값인 호르몬 수치를 직접 강제조정하려고 한다. 그러나 원인은 그대로이므로 단기적인 효과에 그칠 뿐 장기적으로는 기대한 결과에서 벗어날 뿐 아니라 기대하지 않았던 부작용에 직면한다.
8체질의학이 제시하는 대안은 생활습관을 체질에 맞게 바꾸는 것이다. 그러면 몸이 거기에 적응하는데 수고가 덜 들고 약하게 타고난 장기와 강하게 타고난 장기의 격차가 줄어들면서 그 장기들에서 분비하는 호르몬도 균형상태에 도달하고 증세도 사라진다. 이것은 매우 합리적이고 심플한 해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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