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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비소세포폐암

한 노인이 진료실로 들어왔다. 이 분은 2013년 한 병원에서 비소세포폐암으로 진단받았다. 그 병원에서는 처음에 항결핵제를 두 달 주었는데 나중에 CT와 조직생검을 한 결과 왼쪽 폐의 윗부분에 암세포가 있음을 발견했다. 발견 당시 병기는 T2a[각주:1]N2/3[각주:2]M1a[각주:3], 백금을 포함하는 항암요법을 받았으나 부작용이 심하여 견디지 못하였고 매달 한 번씩 임상시험중인 백신 아테졸리주맙을 투여받고 있다. 하지만 암은 점점 커져가고, 함께 치료받던 사람들은 하나 둘 모습이 보이지 않아서 불안하시다는 것. 암센터 담당의도 "이건 점점 커질 수 밖에 없다"는 식으로 말할 뿐이라 답답하시다는 것이다. 이 분은 젊은 시절 국내 최초로 항생제를 만든 제약회사에서 일하셨는데 본인 스스로 약의 부작용을 무수히 목격한 터라 대안을 찾고 있다고 하셨다.


8체질의학을 시작한 권도원 박사의 임상례 가운데 암마커를 사라지게 하고 암을 완치시킨 케이스들이 존재한다. 8체질의학에서는 환자가 화학항암을 할 경우 일반적으로 체질치료를 병행하지 않는다. 화학항암은 정상세포도 파괴하여 면역력이 바닥 나므로 체질침의 효과가 나오지 않는다는 것. 그런데 이 분은 화학항암이 아니라 면역항암을 하고 있었고, 백신을 맞는 것은 1달에 한 번 뿐이어서 체질치료를 병행해보기로 했다.          


필자는 이 분에게 '치료 목표를 암을 완전히 죽여 없애는 것이 아니라 암의 성장을 현재 상태에서 멈추는 것으로 하자'고 하였다. 잔여수명을 고려하면 암이 더 커지지만 않아도 치료는 성과를 거두는 것이다. 암과 함께 늙어가는 것이다.


체질을 감별해보니 목양체질이라서 그에 맞는 체질침과 체질식으로 치료하면서 경과를 지켜보았다. 이 분은 백신을 맞으면 온몸이 가려워져서 마디팜과 알프람정을 사용했는데 조금 완화될 뿐 여전히 가렵고 변비도 심하였다. 그런 식으로 대증약물을 하나 둘 늘려서 암이 오는데 다시 거기에 약을 더하면 좋을 리 없다고 보아서 마디팜과 알프람정의 복용을 중단시켰다.


치료 이틀째 "본래 방귀 냄새가 지독하였는데 사라졌다"고 하였고, 한 달 반까지 대변 상태를 주시했는데 “점점 대변보기가 편해진다”고 하였다. 필자는 이 분에게 “목양체질에게 맞는 뿌리채소를 많이 드시라”고 했는데 실제로 생무를 드시고 변비가 호전되었을 뿐 아니라 마디팜 등을 복용하지 않아도 가려움이 견딜 만하게 줄었다. 그리고 그로부터 20일 쯤 후 "암이 작아졌다"고 환자분으로부터 전해들었다. 줄어든 정도가 뚜렷하여 담당의가 신기해하더라는 것. 같은 백신으로 치료받은 환자 가운데 그런 환자는 처음이었다는 것이다.


다만 그 병원은 혈압 오른 것을 걱정하면서 혈압강하제를 복용하라고 하더라는 것이다. (수축기 혈압이 140 중반이었다) 체질에 따라 정상혈압이 평균치보다 높은 사람도 있고 낮은 사람도 있는데, 목양체질은 건강할 때 혈압이 평균치를 상회한다. 목양체질한테는 몸 전체의 컨디션이 개선되면서 혈압이 올라가는 것이 몸이 건강해지는 활력의 징후이며 병든 상태가 아니다. (다른 증세가 없거나 건강이 개선되어가는 중이라면 목양체질의 경우 수축기혈압 180까지는 안전하다) “그 혈압을 억지로 낮추면 치료가 안됩니다. 지금까지 함께 노력해서 얻은 몸상태가 무너질 수 있습니다" 환자분은 필자의 설명을 듣고 혈압강하제를 복용하지 않기로 하였다.[각주:4]

     

이 환자분은 체질치료를 시작한지 6개월쯤 되었을 때 암센터로부터 "다른 환자보다 월등하게 상태가 좋다. 이런 케이스가 없다. 조직과 혈액의 샘플을 기증 받고 싶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례적인 케이스였던 것. 혈액 샘플을 기증받은 것은 혈액 내 암마커 수치도 많이 떨어졌기 때문일 것이다.[각주:5] 필자는 그 자료를 확인하고 싶어서 환자분한테 요청했다. 환자분은 가져오신다고 했다가 차일피일 미루시더니 결국 안가져오셨다. 이 분은 그저 좋아진 것에 만족하셨고 암센터에서 “이제는 전혀 걱정할 필요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마음을 놓아버리신 듯 했다.    


하지만 이런 방심은 암을 다시 악화시키고 말았다. 이 분은 아테졸리주맙을 맞고 오면 가려움에 시달렸는데(생무를 섭취하면서 완화되긴 했으나 어느 정도는 남아있었다.) 필자는 “가려워도 그 가려움을 멈추려고 다른 약을 쓰지 마시고 약을 쓰고 싶으시면 어떤 종류인지 미리 알려주시라”고 했다. 그 다른 약이 무엇이냐에 따라서 다시 종양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환자분은 처음에는 필자의 조언을 받아들였으나 암이 호전세로 돌아서자 그 가려움을 멈추려고 스테로이드 연고를 바르고 말았다. 스테로이드는 종양을 성장시킬 수 있어 사용을 멈추시라고 권하니, 이렇게 되물으셨다. “한의사라서 양의학을 부정하니까 그렇게 얘기하는 것 아닌가?” 환자분의 차가운 목소리에서 문득 라포rapport가 무너졌음이 느껴졌다. 좋아지셨으니 이제 필자의  말이 더 이상 귀에 안들어오시는 것이었다. “뭔가 오해하신 것 같다. 스테로이드가 종양의 성장을 촉진시킬 수 있다는 보고가 있다. 그 연고를 쓰면 종양이 커질 수 있다.[각주:6] 이미 커졌을 수도 있다." 환자분은 잠시 망설이다가 그 연고를 쓰레기통에 버렸지만 그 때는 이미 상당량의 스테로이드를 사용한 상태였다. 난치병 치료는 한 수 한 수에 판이 뒤집힌다. 작은 실수 하나에도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널 수 있다. 아니나 다를까 이 분은 다음 검진에서 종양이 커졌음을 알게 되었고 크게 실망하였다. 그리고 말씀하시길  “병원 눈치가 보여서 혈압강하제를 복용해야 할 것 같다. 복용하면서 치료 받아도 되는가?”라고 물으시기에 “지금 혈압을 인위적으로 낮추면 치료가 안될 것이다. 원하시면 암센터에 지금까지 이곳에서 해드린 치료를 알려드리고 양해를 구해보겠다"고 하였다. 필자가 생각하기에는 그 담당의도 이 케이스에 대하여 조금 이상하게 생각할 것 같았다. 오랫동안 효과가 나오지 않다가 갑자기 현저하게 효과를 보았으니 눈 밝은 사람이라면 무엇인가 다른 요인이 개입했을 가능성을 놓치지 않았을 것이다. 마음이 열린 분이라면 협진도 해볼만 했다. 하지만 이 환자분은 극구 만류하시며 치료를 포기하였다. 만일 그 담당의가 당신께서 이곳에서 치료받은 걸 알면 본인의 치료를 거부할 거란 얘기였다. 필자는 이 이야기를 듣고 너무도 답답하였다. 본인 스스로 열심히 음식을 바꾸고 약물을 주의한 결과로 좋아진 것인데 백신 때문이라고 착각하시다니. 만일 그 백신으로 효과를 보았다면 필자에게 오기 전 그것으로만 치료받은 수 년 동안 이미 효과가 나왔을 것 아닌가? 그 동안 아무 효과 없다가 갑자기 뚜렷한 효과가 나온 것은 무엇 때문이란 말인가? 결국 암에 걸린 환자 본인이 결정할 부분이라서 더 말씀드리지 않았다. 하지만 씁쓸한 기분을 지울 수 없었다.


어려움에 직면할수록 이성적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 여기서 이성적인 판단이란 무엇으로 효과를 보았는지 명확하게 아는 것이다. 그걸 알려면 암마커 자료가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암마커가 올라가면 암이 악화되고 떨어지면 호전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각주:7] 수술이나 방사선 요법으로 암이 잠시 작아져도 암마커가 다시 올라가면 암이 재발할 가능성이 높다. 겉은 치료된 것처럼 보이나 속으로는 병이 깊어진 것. 아테졸리주맙으로만 치료 받는 동안 암마커가 그 전과 변화가 없거나 올라갔다가 8체질의학 치료를 병행한 다음 떨어졌다면 아테졸리주맙은 효과가 없거나 암을 악화시키고 있었고 8체질의학의 치료로 효과를 본 것이다. 만일 이런 결론에 도달한다면 아테졸리주맙은 치료에서 배제하고 체질치료만 하는 것이 암치료에 유리할 것이다. 체질치료만 받을 경우 더 많이 호전되었을 수 있는데 아테졸리주맙의 영향력 때문에 그 효과가 제한되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계산되지 않은 여러 요인들이 암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암마커의 상승과 하락에는 아테졸리주맙과 8체질의학의 치료 말고 다른 요인들이 작용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8체질의학의 치료는 각 체질에 맞는 생활습관을 광범위한 영역에서 다루기 때문에 다른 요인들보다 지배적인 영향력을 발휘하였다고 전제할 수 있다. 8체질섭생은 음식,주거,운동,목욕습관,치아보철물 등 그 사람의 건강에 미치는 중요한 요인들이 대부분 포함된다. 그 전까지 암마커가 변동이 없거나 올라가다가 체질치료가 개입한 다음 떨어졌다면 무엇으로 효과를 보았는지는 너무도 명백한 것이다. 이러한 까닭으로 필자는 암마커 자료를 확인하려 했으나 얻지 못하였다. 결과적으로 심증은 있는데 물증이 없는 셈이 되어버렸다. (필자의 치료기간 동안 암세포가 작아진 것은 환자분이 주신 영상자료를 확보하여 이미 확인한 상태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필자는 보고 있다. 암마커 자료가 있어야 한다.)


이 분은 불안한 마음에 두 가지 요법을 병행했고 둘 다 어느 정도는 본인한테 긍정적으로 작용하였거니 짐작하실 뿐이다. 그러나 이런 모호함이 암치료의 예후에 중대한 영향을 주리라는 것은 지금 돌이켜보건대 너무도 분명한 귀결이었다. 좋아져도 무엇으로 좋아졌는지 모르고 악화되어도 무엇으로 악화되었는지 모른다면 눈을 감고 길을 걷는 격이니 구덩이에 빠질 것이다. 무엇으로 효과를 보았는지 몸으로 직접 알아보는 방법도 있다. 이 환자분이 아테졸리주맙만 맞던 때로 모든 조건을 되돌려보는 것이다. 체질식을 중단하고 마디팜,알프람정,스테로이드도 다시 사용해보는 것이다. 그 때 증세가 악화되면, 체질치료 이전에 했던 치료와 섭생에 문제가 있었음이 증명될 것이다. 만일 이 분이 아테졸리주맙을 맞으면서 체질식은 체질식대로 실천한다면 여전히 무엇으로 효과를 보고 있는지는 모호하게 남을 것이고 결국 치료의 발목을 잡게 될 것이다.          


최근 양의학의 조류를 보면 표적항암에 실패한 다음 면역항암을 시도해보는 것 같다. 항암제 개발은, 초기에 화학항암으로 시작하였으나 암세포 외에 정상세포도 망가뜨려서 한계에 부딪혔다. 그 후로 암세포만 골라 죽이는 표적항암제가 개발되었으나 암세포가 그런 공격을 우회하여 증식해버리기 때문에 역시 한계에 부딪혔다. 그 다음 나온 면역항암은 암세포를 공격하는 면역세포를 활성화시키는 것인데[각주:8] 이런 요법이 각광 받기 시작한 것은 그것이 큰 효과가 있다기보다는 그 전까지 사용한 항암요법의 예후가 너무 안좋은 것 때문이 아닐까 싶다. 항암을 하면 환자들이 맥을 못추고 기력이 쇠하여져 암으로 죽기 전에 항암으로 죽는 일이 많다 보니 이제는 좀 더 극렬하지 않은 요법이 선호되는 것. 하지만 이 분은 아테졸리주맙으로 치료받는 동안에도 암이 커졌다.(면역항암으로 오히려 암 진행이 더 빨라질 수 있다는 보고도 나오고 있다) 호전세로 전환된 것은 체질치료를 하고 난 다음이다. 환자가 본인 체질에 맞는 섭생을 하면서 암이 더 성장할 필요가 없도록 유도된 것이다.


암에 대한 최신지견 가운데 음미해볼만한 것이 있다. 폴 데이비스에 따르면 암은 격세유전의 산물이다. 그는 암을 “아주 오랜 고대에 뿌리를 둔 방어 메커니즘”이라고 한다. 신체가 손상을 받거나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으면 세포는 살아남으려고 원시적인 단세포 상태로 퇴행하는데, 그것이 바로 암이라는 것. 그러므로 역설적으로 들릴 수 있겠지만, 암은 우리의 몸이 악조건에서 '살아남기 위해' 변형된 형태다. 스트레스를 주는 환경, 즉 음식·주거·목욕·관계 등 일상생활이 본인 체질에 맞지 않을 때 나오는 여러 증세에 대하여 삶의 방식을 바꾸지 않고 대증요법으로 때울 때 일부 세포가 더이상 견디지 못하여 과거의 단순한 형태로 퇴행하고 증식하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기존의 항암과 방사선 요법은 그저 스트레스를 더하여 암을 키울 뿐 해법이 되지 못한다. 그러한 요법들은 '암이 왜 생겨났는가?'라는 물음에 답을 주지 못하고 당장 눈앞의 상황을 모면하려고 잔꾀를 부리는 것이기 때문이다.[각주:9]


기존 항암요법의 가장 큰 문제는 암을 적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화학항암과 표적항암은 말할 것도 없고 면역항암조차 그 목표는 암세포를 공격하는 것이다. 그런데 만일 폴 데이비스의 관점이 옳다면, 암은 적이 아니라 내 몸 그 자체다. 내 몸이 살려고 발버둥치다가 생긴 것인데 그것 자체를 억누르면 몸의 자연스러운 방어 메커니즘을 거스르기 때문에 비효율적이고 소모적이며, 그 과정에서 세포들이 처한 환경을 더욱 황폐하게 만들어 암이 온몸으로 번지는 것이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는 것. (실제로 암을 유발하는 유전자는 신경줄기세포의 기능을 유지하는데도 이바지하고 있다. 이것은 필자가 오래 전에 쓴 칼럼에서 제기한 임상적 가설과도 비슷하다. 암이 과연 적인지 아니면 인체를 보호하는 파수꾼인지에 대한 논란은 점증하고 있다) 반면 체질치료는 먹고 마시는 일상의 모든 것들을 본인의 타고난 체질에 맞추어서 세포들이 받는 스트레스를 최소화한다. 결과적으로는 방어메커니즘이 작동될 필요가 없게 되어 암의 성장을 지연 정지시키거나 자연퇴축을 유도하게 된다. 공격이 없으면 방어도 필요없다. 이것은 너무도 자명한 이치다. 그러므로 ‘비공非攻’이야말로 암치료의 첫 번째 원칙이 되어야 한다.


면역항암의 원리[각주:10]는 그럴 듯하지만 암이 악한 환경에 노출된 인체의 자연스러운 방어기전이라고 간주할 경우 면역항암은 그 방어메커니즘을 공격하는 것, 몸 자체를 공격하는 것이 된다. 애초에 암세포가 면역세포를 무력화하는 물질을 분비하는데에는 몸 전체적으로는 그러한 조정이 필요하기 때문으로 봐야 하며(우리가 그 조정의 의도나 목적을 다 이해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주어진 조건(생활습관)’ 아래에서는 그것이 최선이기 때문에 몸 전체 세포들 사이에서 그렇게 하자고 합의를 본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개입하고자 한다면 그 주어진 조건을 바꾸어 암세포 스스로 유지 성장할 필요가 없도록 유도하여야 아무 저항 없이 암을 퇴축시킬 수 있는 것이며, 그런 노력 없이 그저 암 자체만 공격하면 암세포가 담당한 방어메커니즘에 맞서게 되어 강한 저항을 불러오며 암은 더 번지고 마는 것이다. 운좋게 그 방어메커니즘을 무너뜨린다고 할지라도 그것은 내 몸 그 자체를 공격한 것이 되어 급사를 피할 수 없게 된다. 역사적으로 암 자체를 공격하는 요법들은 전부 실패하였다. 그 요법들 모두 처음 등장했을 때는 전세계 암환우들에게 장미빛 희망을 약속했다. 언론은 축포를 터뜨리며 새로운 요법에 환호하고, 환자들은 '이제 살았구나' 기쁨에 몸을 떨었다. 하지만 그렇게 등장한 요법들 가운데 시간의 엄정한 심판을 견디고 살아남은 것은 단 하나도 없다. 암은 그 모든 공격을 우회하여 살아남았다. 의료인들은 이러한 결과를 진지하게 반추해봐야 한다. 암은 원인이 아니라 결과다. 원인은 생활습관이다. 생활습관을 바꿔야 암이 퇴축된다. 암 자체를 건드리면 암이 더 커진다. 그러면 치료가 안된다.     


‘면역항암’은 그 이름 자체가 이미 많은 혼동을 주고 있기도 하다. 마치 면역력을 높여서 암과 싸운다는 뉘앙스로 읽혀지는데, 사실 이 요법은 면역력을 높이는 것과 아무 관계가 없다. 면역항암의 ‘면역’은 단지 항원-항체 반응을 의미하는 바, 항원-항체 반응은 면역력을 새로이 더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면역력을 토대로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것, 질병을 예행연습하는 것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반응을 유도한 대가로 면역력은 더욱 고갈된다.   


병원이나 제약회사에서 이 분의 혈액이나 조직 샘플을 분석해봐도 호전되었던 원인을 밝힐 수는 없을 것이다. 그 샘플은 결과일 뿐, 그런 샘플을 만들어낸 원인은 그 분이 먹고 마신 음식과 생활습관이 그 분의 타고난 체질과 조화를 이루었기 때문이니까. 그러니 그 샘플을 본다고 무엇을 알 수 있겠는가?

 

예술가들이 과학자보다 진실에 가까이 다가갈 때가 있다. 재패니메이션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를 보면 독자들이 암에 대한 올바른 관점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 작품에서 미야자키 하야오는 그가 일관되게 다루어 온 생태주의를 중심으로 아름다운 서사시를 그려냈다. 이 작품은 부해라는 숲이 확대되어 지구 전체가 폐허가 되어가는 가상의 미래가 배경이다. 인류는 부해가 확대되어 가는 이유를 추적해보지만 알 수 없고, 그 부해를 지키는 '오무'라는 괴생명체는 인류에게 큰 위협이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인류는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움직인다. 그 한 가지는 '거신병'이라는 화학무기를 이용해 부해를 모두 태워 없애자는 쪽, 그리고 다른 한 가지는 부해를 건드리지 말고 아직 오염되지 않은 자연을 지켜가면서 '부해가 왜 확장되는지' 탐구하면서 살자는 쪽이다. 첫 번째 방향은 자연을 적으로 삼고, 두 번째 방향은 자연과 조화를 이룬다. 이 두 문명은 필연적으로 부딪히고 거대한 갈등이 생기지만 '자연과 대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소녀' 나우시카에 의해 화해하고 오무는 물러가게 된다. 필자는 이 작품에서 '부해'나 '오무'가 암세포에 대한 은유로 느껴졌다. 이 작품에서 부해와 오무가 존재하는 이유는 지구의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그러므로 오무를 파괴할 것이 아니라 부해가 확장되었던 근본원인이 되는 환경파괴를 줄이는 쪽으로 문명이 개선되어야 한다고 하야오는 나우시카의 입을 빌어서 말하고 싶은 것이다. 이와 같은 논리를 사람의 몸에 대입하면 암은 몸을 보호하려고 생겨난 것이니 암 자체를 공격할 것이 아니라 암을 생기도록 하는 반자연적인 조건을 바로잡는 것, 생활습관 개선이 암치료의 해법일 것이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생태학적인 관점은 폴 데이비스나 8체질의학의 관점과도 일치한다.


안타깝게도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는 거의 모든 분야에 자연을 적으로 삼는 관점을 적용한다. 산업은 자연스러운 에너지의 흐름을 거스르면서 발전發電하고 이 과정에서 환경을 파괴하고 자원을 고갈시키고 있다. 교육은 아이들이 '자신의 자연스러운 본성'을 알아차리고 그에 맞는 길을 찾도록 도와주기 보다는 획일적으로 비슷한 인생을 모델로 삼아 분투하게 하는데 그 과정에서 대부분의 아이들은 낙오하며 자기 삶을 혐오하게 된다. 의료는 자연의 일부인 몸의 의도를 이해하지 못하여 거기서 일어나는 이해불가한 현상들을 그저 억누르려고만 하는데[각주:11] 그 결과는 다제내성균과 자가면역질환과 암의 대유행이다. 그러니 우리는 이렇게도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문명 자체가 ‘암’이라고. 암에 걸린 사람은 그저 암덩어리 세상에서 살아갈 때 필연적으로 도달하게 되는 지점에 남들보다 조금 일찍 도달하였을 뿐이라고.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든지 분명한 것은 이것이 될 것이다.


逆天者亡 順天者興 

자연의 질서를 거스르면 망하고, 그것을 따르면 흥한다.  


  1. 종양 최대지름이 3cm 초과 5cm 이하 [본문으로]
  2. 동측 종격림프절(Mediastinal lymph node), 용골하림프절(Subcarinal lymph node)를 침범한 경우~반대측 종격동, 폐문 림프절을 침범한 경우 또는 동측/반대측을 불문하고 사각근림프절(Scalene lymph node), 쇄골상림프절(Supraclavicular lymph node)을 침범한 경우 [본문으로]
  3. 반대측 폐엽에 종양 결절이 있거나, 흉막에 결절이 있거나, 또는 악성 흉수(Malignant effusion)나 악성 심낭삼출(Pericardial effusion)이 있는 경우 [본문으로]
  4. 암의 합병증 가운데 고혈압은 흔치 않다. 항암을 받으면 일반적으로 생체 활력이 줄어들면서 혈압이 떨어지는데 너무 떨어지면 생명이 위독해진다. 즉 암환자는 저혈압이 문제지 고혈압이 문제 되는 경우는 별로 없다. [본문으로]
  5. 암환자의 혈액에는 암세포가 분비하는 단백질 물질이 있는데 이것을 ‘암마커tumor marker’라고 하고 암의 상태를 관찰하거나 예후를 살피는 지표로 사용한다. [본문으로]
  6. 근육강화에 쓰는 스테로이드나 안드로겐성 스테로이드는 암의 성장을 촉진하는 것으로 이미 널리 알려져 있고, 프레드니손도 암의 리스크를 높이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하지만 이것은 빙산의 일각이다. 다른 종류의 스테로이드도 암에 영향을 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 [본문으로]
  7. 예외도 있다. 그래서 8체질의학에서는 암마커가 사라진 다음에도 1~2년 정도는 치료를 지속한다. [본문으로]
  8. 아테졸리주맙의 경우 PDL1 경로를 차단한다. [본문으로]
  9. 폴 데이비스가 주장하는 고압의 산소요법은 8체질의학의 관점에서는 폐가 약한 체질에서만 유효할 것이며 폐가 강한 체질에서는 증세를 악화시킬 것이다. 때문에 그가 주장하는 요법은 암에 대한 그의 관점과 별개로 다루어져야 한다. [본문으로]
  10. 암세포가 자기를 공격하는 면역세포를 무력화하기 위해서 분비하는 물질이 작용하지 못하도록 하여 면역세포로 하여금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한다는 것 [본문으로]
  11. 약물 이름에 유난히 항anti라는 접두어가 많이 붙는 것은 이것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항생제, 항히스타민제, 항바이러스제, 항암제 등...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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