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칼럼

턱관절장애

따님의 냉대하를 치료하러 오셨던 여성분이 치료를 받겠다고 하셔서 어디가 불편한지 물어보니 "오른쪽 턱이 불편하여 입이 잘 안 다물어진다"고 한다. 턱관절장애다. 언제부터 그랬냐고 물어보니 며칠 됐다고 한다.


체질을 감별해보니 토양체질이다. 턱관절장애를 가진 분들은 척추 전반에 걸쳐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아서 자세히 살펴보니, 턱 뿐 아니라 어깨와 허리도 안좋다. 아이가 넷인데 같은 방에서 잔다고 하여 "그 중 같은 체질이 섞여있으면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고 하면서 다른 방에서 취침하도록 하고 "잘 때 옆으로 자지 말고 반듯하게 누워서 자시라"고 권하였다. 또 체질이 같은 아이들과 뽀뽀를 피하고 척추에 무리를 줄 수 있는 하이힐을 신지 않도록 하였다.(8체질의학에 따르면, 같은 체질의 타액이 교환되거나 닿는 것은 중요한 병인病因으로 작용할 수 있다.) 환자분은 치료를 받으면서 입이 다물어졌으나 호전 후 재발을 반복하였다. 그래서 체질식을 지키고 계신지 확인해보니 "고추를 하루에도 4~6개씩 먹는다"고 하여, 체질식을 반드시 실천해야 완치될 수 있다고 당부드렸다. 그 후 체질식을 잘 실천하였는지 증상이 빠르게 호전되어갔다. 입은 다물어지나 입 벌릴 때 통증은 조금 남아있었는데 나중에 그마저도 사라졌다. 이 분의 말에 따르면 "고추 같은 열성향신료 섭취를 끊고 나서 급속도로 회복되었다"고 한다. 토양체질 환자분한테 고추 파 양파 등을 섭취하지 말라고 하면 처음에는 난처해한다. "한국 음식이 다 빨간데 어떻게 다 끊냐?"고 되묻는 일이 있다. 하지만 열성향신료를 본인 스스로 중단해보면 불편한 증상 대부분이 사라지는 놀라운 효과를 경험하게 된다.


토양체질의 성향도 체질식을 철저하게 지키지 못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토양체질은 '관계형 인간'이다. 그들은 주변사람들이 체질에 맞지 않는 음식을 권할 때 그것이 자기한테 해롭다는 걸 알아도 사양 않고 먹는 경우가 많다. 그 음식을 거절하여 상대를 민망하게 만들거나 자기 입장을 세세하게 해명하려고 하기보다는 상대방이 편하게 느끼도록 배려하는 것이 스스로도 마음이 편한 것이다. 이것은 아름다운 마음에서 나오는 행위이지만 치료를 결정적으로 방해한다. 예전에 30대 후반으로 보이는 여성이 시아버지를 모시고 왔다가 함께 치료를 받게 되었다. 이 분이 말하길, "베란다에 떨어진 담배꽁초를 호기심에 피운 다음 안면마비가 왔다"고 하였다. 아마도 담배의 독성과 그 담배를 피운 흡연자의 타액이 결합되어 만들어진 증상이었을 것이다. 체질을 감별해보니 토양체질이다. 1달간 치료하면서 90퍼센트 이상 호전되었는데 자꾸 재발하길래 체질식을 지키는지 물어보니 못 지키고 있다고 솔직하게 고백한다. 그런데 표정이 조금 어두워보이길래 짚이는 바가 있어 "혹시 시부모님과 함께 살아서 본인 체질에 맞는 음식을 고집하기 어려운가?" 물어보았더니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체질식보다는 시부모님과의 관계가 중요하고 그 분들께 구구절절 상황을 설명하기도 어렵고 번거로운 것이리라. 하지만 그 증상이 깨끗이 나으려면 체질에 맞는 음식만 먹어야 할텐데 어찌하나? 마음이 무거워졌다. 우리 모두는 우리가 살고 있는 문화에 붙들려 있다. 문화는 다양한 욕망이 충돌하는 사회에서 보편적으로 합의된 기준을 제시하고, 우리는 그 기준을 따른다. 음식문화도 그럴 것이다. 하지만 그 문화가 잘못 되었다면? 그 문화가 체질에 맞는 사람은 이익을 볼 것이고 체질에 맞지 않는 사람은 일방적으로 손해를 볼 것이다. 공평하게 모두 이익을 봐야 하지 않나? 가능하다. 개인 체질의 다양성을 시원하게 인정해버리면 된다. 사회생활에서 각자 자기에게 맞는 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배려하고, 이것을 제도화하면 된다. 기업 학교 군대 교도소 병원 요양원 어린이집 등의 급식문화를 각자가 음식을 선택하여 먹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할 때 얻을 수 있는 결정적인 효과는 그 구성원들이 스스로 건강을 관리할 수 있게 되는 것. 그리고 여기에 수반되는 또 다른 효과는 음식물쓰레기가 크게 줄어든다는 것이다. 체질식을 실천하는 사람들은 자기가 먹을 음식만 먹고 그 외의 음식은 건드리지 않는다. 그래서 애초에 안 먹을 음식은 안 사게 된다. 그 결과 음식쓰레기가 줄어들고 가계와 집단의 식재료비도 절약된다. 그리고 음식을 버리지 않게 되어 환경도 덜 오염된다. 선진국으로 갈수록 사람들의 다양한 기호와 취향을 포용하고 배려하는 점이 제도나 문화에 깊숙이 배어있다. 한국의 음식문화는 이런 점에서 많은 부분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근본치료  (0) 2017.02.11
통풍  (0) 2017.02.10
냉대하  (0) 2017.01.14
뱃속의 물소리  (0) 2017.01.02
테니스 엘보우  (0) 2016.1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