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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테니스 엘보우

건강하게 그을린 피부의 40대 남성이 진찰실로 들어왔다. 평소 테니스를 즐기는데, 오른쪽 팔꿈치를 펼 때 통증을 심하고 굽혔다 폈다 하는 동작이 부자연스럽다는 것. "주말에 대회가 있다"고 하면서 빨리 나을 수 있는지 물어보시는데, 필자가 보기에는 다 나은 다음에도 최소 1달 정도는 휴식이 필요할 것으로 보였다.


이 환자분의 증상은 테니스엘보우, 손목의 신전근이 팔꿈치 외측상과에 붙는 지점에서 염증이 생긴 것이다. 보통 테니스를 치다가 많이 오기 때문에 '테니스엘보우tennis elbow '라는 이름이 붙었는데, 사실 테니스 뿐 아니라 골프나 배드민턴 선수들한테도 많이 발생한다.


처음에는 목음체질로 진찰하고 침치료를 했는데 다음날 통증 범위가 확대되어서, 다시 진찰 후 목양체질 침치료를 하였더니 차도가 있었다. 4회 연속 치료 후 "거의 신경이 안 쓰일 정도로 호전되었다"고 했으나, 며칠 후 김장 나르는 걸 도와주다가 다시 악화되었다. 더 빨리 나을 수 없는가 재촉하시길래 일단 무거운 물건을 드는 등 팔을 사용하는 일을 피하라고 하고, 체질식을 지키고 있는지 물어보니 "거의 신경을 안 쓰고 있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한다. 통증환자분들 중에 체질식을 권고하면 '통증과 음식이 도대체 무슨 관계가 있나?' 싶어서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일이 다반사인지라 다시 강조를 하며, 체질식을 해야 빨리 나을 수 있다고 알려드렸다. 귀담아 들으셨는지 5회 정도 더 치료하면서 통증 대부분이 사라졌다.


테니스엘보우가 오면 보통 양방에서는 스테로이드를 처방한다. 스테로이드는 우리 몸의 부신피질에서 나오는 호르몬을 모방한 약이다. 그 호르몬이 염증을 억제하는 기전이 있기 때문에 쓰는 것이다. 하지만 스테로이드를 쓰면 잠시 통증이 멎었다가 약물을 끊으면 다시 원래대로 재발하는 식으로 만성화될 때가 많다. 그런 흐름이 반복되면 아예 관절 자체가 망가지기도 하여 돌이킬 수 없는 상태가 되기도 한다. 이 환자분도 함께 테니스를 치는 분들의 경험담에서 그런 이야기를 듣고 다른 방법을 모색하다가 필자를 찾아온 것이다. 사실 테니스엘보우에서 외측상과에 염증이 생기는 것은 팔근육을 과도하게 사용하여 힘줄이 피로한 상태에서 평소 수준의 팔 움직임을 감당해내느라 생기는 것이다. 따라서 그 염증만 억제한다는 것은 결과만 붙잡고 있는 것이고 원인을 치료하는 것은 아니다. 즉 그것은 팔근육의 손상을 복구하는 것은 아닌데, 환자들은 통증이 사라지면 팔근육도 나은 것으로 보고 자꾸 재발해도 스테로이드에 의존하면서 시간이 지나면 나을 것으로 착각하는 것이다. 또한 팔의 신전근을 과도하게 사용했을 때 그것이 달라붙어 있는 외상과에 염증이 생기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몸의 반응이며 (그렇게 되어야 본인이 그 동작을 멈출 것이고, 휴식을 취해야 근육이 회복되는 시간을 벌지 않겠는가?) 그 반응의 바탕에는 몸 스스로를 치유할 수 있는 힘도 있는데, 스테로이드를 사용하면 그 힘이 억제당하여, 그 약물을 끊고 다시 처음부터 치료하려면 일반적으로 훨씬 더 많은 기간을 소모하게 된다. 이와는 반대로 체질침은 근육의 치유과정을 촉진하여 그 결과 염증이 사라진다. 이 때 염증이 사라지는 것은 팔근육이 강화되어 평소 수준의 팔 움직임을 감당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테니스엘보우를 유발했던 정도로 과도하게 쓰지만 않는다면 재발 가능성은 매우 작다. 두 가지 요법 모두 통증이 사라진다는 결과는 같지만 그 맥락은 매우 다트고, 이것이 근본요법과 대증요법의 차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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