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그만 여학생이 진찰실로 들어온다. 머리를 곱게 묶었다. 종아리가 아프다고 한다. 종아리 근육을 촉진해보니 왠만한 어른들보다 더 심하게 팽창·긴장되어 있다. 이 학생은 발레를 한다. 발레는 권투보다 터프한 스포츠일지도 모른다. 발끝으로 몸 전체의 균형을 유지한다. 우아한 동작을 창조해내기 위해 가장 고통스런 인내가 매순간 요구된다.
침치료를 몇 회 하니 통증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하지만 연습하면 재발한다. "연습 쉴 수 있냐?"고 물으니 시합이 있다고 한다.
체질식을 안하는 듯 하여 "체질식을 해야 스포츠능력이 극대화된다"고 알려주었다. 필자는 10년 전부터 수영을 하고 있다. 건강을 위해서 시작한 것인데 현재는 자유형으로 2킬로미터 정도는 멈추지 않고 계속 갈 수 있다. DNF(핀을 사용하지 않는 무호흡 잠영)최고기록은 60미터에 이른다. 이와 같은 스포츠 능력이 가능한 것은 혹독한 트레이닝 때문이 아니라 매일 음식을 체질에 맞게 섭취하기 때문이다. 필자가 특별한 음식을 먹는 건 아니다.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음식들, 쉽게 구할 수 있는 음식들이 내 체질에 맞게 들어갈 때 그런 강력한 효과를 낸다. 스포츠에서 트레이닝은 분명히 도움이 된다. 하지만 그렇게 하여 발휘할 수 있는 능력의 최대한계치는 섭취하는 음식이 얼마나 내 몸에 적합한가로 제한된다.
음식이 몸에 미치는 영향은 실로 엄청난 것인데도 우리 일상에서 그에 대한 관심은 미미한 편이다. 음식에 대해서 일반인들은 그저 살찌지 않으려면 어떻게 먹어야 하는가 수준의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그치는 것 같다. 음식에 대해 철저하고 엄밀한 태도를 유지하는 것은 별스럽게 보일까 두렵고 아무거나 잘먹으면 된다는 기존의 상식을 거스르기도 부담스럽다. 하지만 생명활동 관점에서 보면 먹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을 것이다. 매일 아침 어떤 옷 입고 나갈까, 스마트폰 어떤 걸로 바꿀까보다 어떤 음식 먹을까 고민하는 편이 생명체의 입장에서는 자연스럽다.
아무 것이나 골고루 먹어야 좋다는 기존 음식법은 내 체질을 몰랐을 때의 타협점이다. 또 그것은 집단주의의 낡은 흔적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방법으로는 그 이상의 육체적 또는 정신적 능력을 발휘할 수가 없다. 그건 마치 발목에 무거운 쇠사슬을 달고 뜀뛰기를 하는 것처럼 비효율적이다.
참치회가 이로운 금양체질이 그 위에 뿌린 금가루를 함께 먹는다면 참치회의 이로움은 상쇄된다. 쇠고기가 이로운 목양체질이 상추를 싸서 먹는다면 쇠고기의 이로움은 상쇄된다. 금양체질은 금가루를 빼고 참치만 먹는 편이 이롭고 목양체질은 상추를 빼고 쇠고기만 먹는 편이 낫다. 이 "지능적인 편식"이 그동안 체질에 맞지 않는 음식법에 갇혀있던 몸의 한계를 무너뜨린다. 이전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상태를 경험하게 도와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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