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부부가 진료실로 들어온다. 아내분은 전에 오셨던 분인데 남편분과 함께 오신 것이다. 남편분은 10년 전 장출혈이 생겨 병원에 갔는데 궤양성대장염으로 진단을 받았다. 병원에서 약을 주어 복용하고 동시에 금연을 했다고 한다. 그렇게 6년을 복용해도 장출혈이 계속 되어 약을 중단하고 담배를 다시 피기 시작했는데 신기하게도 장출혈이 멈췄다는 것이다. 이런 사정으로 결국 흡연을 계속 하게 되었다. 하지만 장출혈이 멈추었다 뿐이지 장의 상태는 여전히 불편하다고 한다. 그 외 치질수술을 6년 전에 받은 적이 있고 피로할 때 오른팔 근육이 뛰는 증세가 있다. 또, 오래 서 있으면 허리가 아프다.
환자분에게 체질식을 권고하고 체질에 맞는 보약을 지어드리면서 동시에 금연을 권고하였다. 약을 다 드시고 왔는데 장의 상태가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담배를 끊으면 장출혈 증세가 나와서 어찌할 도리가 없다. 장점막의 염증을 가라앉히는 처방으로 다시 투여하고 반응을 보았는데도 장출혈은 계속 되었다. 할 수 없이 환자는 다시 담배를 피게 되었다. 그리고는 장출혈은 멈춰버렸다.
여기에서 담배는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일까? 아마도 자율신경계에 작용하여 과도한 면역반응을 줄여주는 것 같다. 또 담배 자체가 살충효과가 있는데 이것이 장내 미생물의 활동성을 떨어뜨리는 것 같다.(옛날에는 횟배 앓는 아이들한테 담배를 피우게 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이런 효과 때문이다. 니코틴 자체가 실제로 살충효과가 있어서 천연농약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아마 그것이 장출혈이 멈춘 이유일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담배를 계속 필 수는 없는 일이다. 흡연의 다른 해악을 고려한다면 반드시 끊어야 한다. 이 환자는 더구나 체질적으로 폐가 약한 쪽에 속해서 담배로 인한 해가 더욱 클 것으로 판단했다.
8개월 후 다시 오셨는데 체질식을 한 다음에 신기하게도 "눈이 좋아졌다"고 한다. 사물의 가장자리가 각져보이던 것이 둥글게 보이기 사작했다는 것이다. 때때로 목표로 하지 않은 증상들이 함께 좋아지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은 치료가 올바른 방향으로 진행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시그널이다. 환자의 요청에 다시 한약을 지어드렸는데 이번에는 장내 소화효소분비를 촉진하고 장내 온도를 높여 장내 미생물의 유익한 되먹임과 장 연동운동을 동시에 촉진하는 처방을 지어드렸다. 이 처방은 고방古方에 존재하는 처방 중 하나인데 일부 체질의 궤양성대장염에서 좋은 효과를 보였다는 임상례가 많아서 선택하였다.
2주 복용 후 "황금색 변이 나온다"고 한다. 대변 보는 회수가 뚜렷하게 줄었다. 예전에는 아침밥 먹고 한 번 직장에 가서 한 번 저녁에 한 번 그런 식으로 보았는데 이제는 하루에 2번으로 줄었다는 것이다. 피로감도 많이 사라졌다.
양호한 결과에 마음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다시 같은 처방을 투여했다. 2달 조금 더 지나서 오셨는데 장상태가 계속 좋았다가 최근 재발하였다. 체질식을 조금씩 어기고 있고 생활상의 변화로 최근 음주가 잦아졌다.
필자는 같은 처방으로 다시 투여하며 환자분께 다시 금연을 시도해보시라고 권고드렸다. "흡연을 안해도 장출혈이 재발하지 않고 장의 상태가 개선된 상태를 유지한다면 완치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이 환자분의 궤양성대장염 증상은 체질에 맞지 않는 음식의 섭취로 발생했을 것이다. 체질에 맞지 않는 음식은 장내 미생물에게 해로운 되먹임을 유도하여 장점막을 상하게 했을 것이다. 따라서 그 근본치료는 마땅히 체질에 맞는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기본이 되어야 한다. 처음 갔던 병원에서는 면역반응을 억제하는 처방을 주었지만 낫지 않았고 그래서 이 환자분은 담배로 장의 활동성을 억제하며 버텨왔다. 필자가 처음에 투여했던, 장의 염증만을 가라앉히는 처방은 무효했는데 염증을 일으키는 장내미생물의 유해한 되먹임을 건드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후 장의 온도를 높히고 장내미생물의 유익한 되먹임을 촉진하는 처방을 투여하면서 장의 상태는 급반전되었다. 대변의 질과 배변횟수, 전체적인 컨디션이 개선되었고 이것은 장의 상태가 호전되었음을 분명히 증명한다.
음식문화가 다양해져 선택권이 넓어진 동시에 위험한 변수들도 훨씬 늘었다. 전통음식만 먹던 시대와는 완전히 달라졌다. 이럴수록 자기 몸(체질)에 대해 더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 자기를 알지 못하면 선택권이 아무리 많아도 아무 유익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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