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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습진

50대 건장한 중년 남성이 빠른 걸음으로 진찰실을 들어온다. 자리에 앉자마자 증상을 토로하신다. 배와 허벅지를 보여주시는데 배꼽 약간 위에서부터 허벅지까지 습진이 심각한 상태. 광범위하게 퍼져있다. 습진 생긴 지 30년이 된다고 한다. 술은 안마시는데 지방간이 있고 야뇨가 있다. 환자분은 얼굴이 검은 편이고 피지분비가 과다한 상태이며 소화력이 좋다. 찬물을 즐겨마시고 추위를 안탄다. 설진을 해보니 혀에 백태가 두텁게 껴있다. 특이한 점은 땀을 많이 흘린다는 것. 손을 만져봐도 축축하고 줄줄 흘러내린다는느낌. 또, 오후4시만 되면 기운이 빠진다. 환자분은 감정이 풍부한 편이다. 복용하는 약은 아스피린 피부과약 혈압강하제 혈당강하제 콜레스테롤저하제. 

1회치료에서 목양체질침을 시술했는데 그 날 점심 후 몸살이 나 버렸다. 침치료 부작용이 뚜렷해서 다시 진찰하고 2회에서 토양체질침을 시술했더니 그 다음날 컨디션은 양호. 재차 같은 침으로 시술하니 다음날 "잠을 아주 깊이 들었다"고 하신다. 그리고는 한동안 안오시다가 2년 후 다시 내원하셨다. 여전히 약물을 많이 복용하고 있다. "습진이 약 먹을 때만 가라앉고 약 안먹으면 재발한다. 이제 근본치료를 하고 싶다"

마지막 치료 받고 상태 어땠는지 물어보니 괜찮았다고 한다. 환자는 그 이후 혈압강하제를 중지했는데 혈압은 정상으로 유지되고 있다. 다시 토양체질침을 시술하고 체질식을 강력하게 권고했다. 특히 환자가 현미식 중이어서 반드시 중지할 것을 권고했다. 또 체질에 맞는 음식이라도 동물성지방은 거의 모두 금지할 것을 권고드렸다. 또, 피부과약 및 모든 약을 중단할 것을 권고했다. "약 끊으면 습진이 심해진다. 하지만 치료는 그 지점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여태까지는 병을 치료한 게 아니라 병을 가려둔 상태였다. 약 끊고 완전히 드러낸 상태에서 치료가 시작되어야 한다"

1회 침시술을 받고 다음날 잠이 깊이 왔다고 알려주셨다. 그 다음날도 잠이 깊이 왔는데 두드러기가 심하게 올라왔다. 약 끊고 리바운드가 시작된 것. 그 다음날은 두드러기가 좀 줄었다. 환자분 요청으로 혈열血熱 식혀주는 한약치료를 병행하였다. 1달 후 찾아오셔서 습진이 거의 다 사라졌다고 배와 허벅지를 보여주셨다. 아주 약간 흔적이 남아있지만 대부분 다 사라진 상태. 그리고 여전히 잠이 깊이 온다고 하셨다. 환자분은 체질식을 아주 열심히 거의 완벽하게 실천했고 야뇨도 1회로 줄었다.

이 분을 처음 뵈었을 때 땀이 아주 줄줄 흘러내렸던 것이 인상적이었다. 그 땀은 속열이 끓어올라서 그 열을 밖으로 내보내주는 땀이다. 그 속열의 본질은 한의학적으로 혈열血熱이다. 환자가 체질에 맞지 않는 음식을 먹고 그 결과 체질적인 장기불균형을 심화시키고 거기서 면역반응이 초래된다. 이런 면역반응은 일반적으로 열의 집중을 유도하고 그 열이 피부조직을 상하게 한다. 환자는 이 때 항히스타민제나 스테로이드를 사용하여 그 증상을 억제한다. 하지만 증상을 일으킨 생활습관은 그대로이기 때문에 약을 끊으면 증상이 다시 예전만큼, 아니 예전보다 더 강하게 치고 올라온다. 체질식을 하면서 체질적인 불균형을 조율하면 이런 증상을 근본적으로 치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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