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한 인상의 40대 초반 남성이 오후 늦게 내원했다.
이 남성은 "직장 때문에 지방에서 파주로 왔는데 엄격한 직장상사 덕분에 극심한 스트레스 만성피로를 느끼고 2달전부터 왼쪽 눈밑이 떨리며 왼쪽 귀 뒷쪽으로 벌레기어가는 느낌이 든다"고 한다. 증상이 한쪽으로만 나타나서 구안와사 초기를 의심했으나 '아' ,'오'음 발음할 때 좌우불균형이 관찰되지 않아 가벼운 상태로 보고 침치료만 했다. 그러다가 차도가 없어서 한약치료를 병행했다.
이 분은 직장상사가 일중독자라고 한다. 상사한테 보고할 때 진땀이 나고 열이 확 오르며 최근 들어 추위를 많이 타고 소변을 자주 본다고 한다. 증상은 스트레스 받을 때 뚜렷하게 악화된다. 얼굴근육긴장과 심장쇠약이 함께 있는 상태이므로 얼굴근육밸런스를 회복시켜주는 처방과 심장흥분도를 회복시켜주는 처방을 합방合方하여 투여했다.
2달 후 연락이 왔는데 많이 호전되었다고 기뻐하신다. 처음 증상을 10 이라고 할 때 2정도만 남은 상태임을 확인. 약을 한 제 더 복용하고 싶다고 한다. "일 때문에 하루에 2~3시간 밖에 못잤는데도 몸이 좋아졌다"고 하여 치료에 만족감을 표시했다.
이 분 증상은 구안와사 초기 같았지만 정확하게 말하면 틱tic이다. 병인에서 심리적 갈등이 두드러졌고 증상에서 불수의적인 근육경련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심장이 쇠약해져서 스트레스를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에 얼굴근육긴장을 해소하는 동시에 강심强心시키도록 처방을 구성했는데 적중하였다.
임상에서 만나는 증상은 뚜렷하게 어떤 범주로만 나눌 수 없을 때가 있다. 만일 이 환자가 스트레스가 더 심해져서 입이 돌아갔다면 그 때는 안면마비 구안와사가 되는 것이다. 틱과 안면마비는 서로 어떤 연계성도 없이 각 범주가 서로 별개가 아니라 공통분모를 가질 때가 있다. 다른 병들도 그렇다. 그래서 병의 이름은 안내판과 같다. 병의 이름은 환자 몸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이해하는 편리한 도구 개념tool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좋다. 병의 이름에 집착하여 그 개념 안에 갇히기보다는 증상을 유발하고 있는 근본원인을 추적하고 그 원인을 바로잡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