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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의학연구방법론: NBM(narrative based medicine)

의학연구방법론에서 근거중심의학EBM이라는 것이 대두되고 있다. 기존 의학연구방법이 인체 메커니즘을 바탕으로 치료하려고 했다면 근거중심의학에서는 어떤 약을 환자에게 투여해 본 통계적인 실험결과를 갖고 치료하자고 한다.

서양의학 뿐 아니라 한의학계에서도 최근 이런 흐름들이 나타나는데 이런 흐름은 그 의도와는 달리 의료에 심각한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 
문제는 근거중심의학에서 채택하는 소위 '근거'다.

근거중심의학에서 근거수준에 따라 아래처럼 의학연구를 나눈다.
 1 무작위할당 대조군임상시험 
 2 비무작위할당 임상시험
 3 분석적 관찰연구
 4 다시점 장소비교연구, 비대조군 실험연구
 5 전문가의견, 기술적 질병발생연구, 단일증례보고, 증례종합보고

근거중심의학은 1번이 근거가 가장 확실하고 5번이
 근거가 가장 부실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사람마다 체질이 다르기 때문에 체질이라는 변수를 무시하고 1번과 같은 방법으로 일반화하려는 것은 엄청난 오류를 동반하게 된다. 위와 같은 소위 '높은 근거수준' 실험으로 개발된 약물들이 최근 부작용논란에 휩싸인  것은 우연이 아니다. 사람 체질이 다르기 때문에 어떤 사람에게는 유효한 것일지라도 다른 체질의 사람에게는 극심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떤 실험을 설계할 때, 그 약이 맞는 체질이 실험군에 많이 포함되면 그 약은 유효하다는 결론이 나올 것이고 그 약에 부작용을 나타내는 체질이 많이 포함되면 그 약은 무효하거나 위험하다는 결론이 나올 것이다. 이런 식으로 그 실험결과가 달라지기 때문에 위와 같은 기준은 이제 폐기처분해야 할 것이다.

근거중심의학을 소개한 책에서조차 이런 점을 다음처럼 고백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어떤 제언이나 지침을 마련하자면, 이것을 적용하는 개별환자의 특성이 연구대상 환자들의 특성과 비슷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많은 대상으로부터의 소위 집단근거를 어느 특정환자의 근거와 연결짓는다는 것은 하나의 큰 도전이 아닐 수 없다.'

위에서 1 무작위할당 대조군임상시험같은 실험연구는 근거를 얻어내는 방법도 문제, 그렇게 얻어낸 근거도 문제가 된다. 

이제 우리는 5에 있는 단일증례보고, 증례종합보고를 좀 더 소중하게 생각해야 할 것이다. 인위적인 실험설계를 통해서 변수를 통제하기보다는 살아있는 임상현장에서 더 의미있는 지식들이 쌓여갈 수 있다.
 
무엇을 근거로 삼아야 할것인가? 이것은 모든 과학에서 아주 중요한 문제다. 이 문제가 풀리면 지금까지의 한계를 넘는 완전히 새로운 발전이 시작될 것이다. 우리가 여태껏 소위 '과학적'이라고 믿었던 실험이라는 방법론은 이미 그 한계를 드러냈다. 실험의 닫힌 계 안에서 점점 천문학적으로 늘어나는 변수를 컨트롤하기 위해서 슈퍼컴퓨터도 동원하고 실험규모도 점점 거대해지겠지만 결국, 컨트롤하지 못한 변수가 존재하기 때문에 그 실험결과는 오류로 범벅이 될 것이다. 

실험연구로 개발된 약물들은 점점 더 많이 부작용논란에 휩싸일 것이다. 인터넷 발달로 더 많이 노출될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제 변수를 통제하려는 시도를 피하고 있는 그대로의 현상을 관찰하는데 집중해야 한다. 그리고 거기서 얻어진 결론을 변할 수 없는 진리가 아니라 언제나 잠정적가설로 취급하고 업데이트해나가야 한다. 

한의학발달과정은 실험연구가 아니라 관찰연구였다. 이것은 분명히 실험연구보다 더 과학적인 연구방법으로 인정되어야 한다. 다만 그것은 좀 더 유기적인 네트워킹이 필요하다.  다시 말해, 연구자그룹 사이에 더 활발한 되먹임이 이루어져야 한다. 

다국적제약회사만 할 수 있는 거대실험보다 임상의들의 관찰연구그룹 네트워크가 지속적으로 더 긍정적인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의료인들은 이제 NBM(narritive based medicine)을 추구해야 한다. 환자 고유의 내러티브, 환자 체질을 중심에 두고 임상현장에서 지금보다 더 많은 증례보고와 분석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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